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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추사

Monthly Chusa

2026. 04 제 8호

월간추사 

2026.04   제 8호

항백 박덕준  월간추사www.hangb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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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추사어록

판단의 기록(2)
「판단의 기록」은 완성된 결과를 해설하지 않는다.주어진 조건 위에서 판단이 어떻게 발생하고, 그 판단이 어떻게 구조를 닫아 가는지를 기록한다.

초서원리 ②
초서원리는 초서를 형식이 아니라 작동 방식으로 본다.
특정한 구조가 조건으로 나타날 때, 그에 따라 일정한 생략이 이루어진다. 「초서원리 2」는 (冂) 구조에서 좌측 세로획을 버리는 작동을 다룬다.

이달의 작품  <역사와 신화>

서보(書譜)읽기
서보읽기(8) - 세필로 다시 쓴 서보 23~26번 문장

영문초록(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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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어록

極 濃 厚

그 먹색은 매우 진하고 두텁다.

“동파 서법이 신묘한 점은 오직 묵법에 있다. 예전에 그의 숭양첩 진적을 본 바 먹색이 극히 농후하였다. 팔백 년 전의 고적이 마치 벼루의 연지에서 막 새로 나온 듯하였으며 그중 새로 먹을 묻힌 파책 부분에서는 모두 향주의 흔적(香珠痕)이 형성되어 손끝에 걸릴 정도였다. 원·명 이후의 조맹부나 동기창 같은 명가들도 이와 같은 경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완당론동파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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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의 기록〉②

 

「불이선란」의 시작

— 처음 판단의 기록

항백 박덕준(서예가)

 

관계론 서법에서 판단은 언제나

이전 작업이라는 조건 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첫 획에는 이전이 없다.

이때의 시작은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작품은 구도나 의미를 설정한 뒤 시작된 것이 아니다.

달준에게 주기 위해 난 한 획을 무심히 그었을 뿐이다.

추사는 이를 방필(放筆)이라 한다.

 

그러나 그 순간,

화면 한가운데에는 되돌릴 수 없는 조건이 발생한다.

이 작품 전체를 움직이는 기준이다.

 

흐린먹색은 의도된 것이 아니다.

극농후도 아니고, 계산된 농담도 아니다.

그어진 결과 그대로가 조건이 된다.

 

첫 획은 판단이 아니라

다음 판단을 발생시키는 조건이다.

 

이때의 판단은 하나다.

무엇이 나오든 조건으로 받아들인다는 자세다.

 

그 결과,

중심을 허(虛)라는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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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중심과 가장자리의 관계 맺기가 시작된다.

 

중심을 허(虛)로 받아들이고

그 조건에 따라 가장자리를 실(實)로 설정한다.

 

중심과 가장자리의 관계 맺기는

단순한 공존에 그치지 않고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 관계로 작동한다.

 

< 관계맺기 – 공간설정 – 기세 확보 – 운 실현 >

 

조건이 무엇인지,

상대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인지,

나와 상대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판단한다.

 

이것이 판단이다.

 

나는 무엇인지 규정하고

상대를 특정한다.

 

주체는 언제나 지금 쓰고 있는 글자다.

 

상대는 이미 놓여 있는 것,

이미 쓴 글자이다.

 

조건은 주변 상황이다.

 

쓰는 것은

이 판단에 맞게 나를 처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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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이 하나의 글자를 여는 기준이 되고”

(一點成一字之規)

“한 글자는 곧 글 전체의 준거가 된다”

(一字乃終篇之准) — 『서보』

 

첫 획은 기준이 된다.

동시에 다음 판단을 발생시키는 조건이 된다.

 

기준으로 수렴하는 방식과

조건으로 이어지는 방식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불이선란」은 의도로 시작된 작품이 아니다.

무심한 첫 획이 만든 조건을 끝까지 받아들이며

판단을 닫아가는 기록이다.

 

이로써 하나의 판단구조가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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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원리

 

 

초서는 글자를 빠르게 쓰는 방식이 아니라,

몇 가지 일정한 작동 방식 속에서 이루어진 변화이다.

이 연재는 초서를 구성하는 생략의 원리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초서의 생략이 가능해지는 배경에는 두 가지 변화가 있다.

하나는 필법의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문자를 상형이 아닌 기호로 인식하는 전환이다.

이러한 변화는 진나라 시기에 이미 나타났으며,

이후 문자 생략이 가능해지는 조건으로 작동하였다.

 

이를 배경으로, 초서의 생략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새롭게 연결한다 /일부를 버린다/그리고 이러한 작동의 반복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동은 임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기호 구조가 조건으로 나타날 때, 그에 따라 일정한 작동이 발생한다.

따라서 초서의 원리는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정리된다.

( ) 구조에서 … 연결한다

( ) 구조에서 … 버린다

이러한 작동이 반복된다.

 

이 연재에서는 이러한 조건과 작동의 관계를 실제 문자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초서원리는 20여 개 이상이며, 앞으로의 연재에서 차례로 소개될 예정이다.

이번 글은 그 가운데 하나인

“( ) 조건이 발생하면 좌측 세로획은 버린다”라는 작동 방식을 다루는

〈초서원리 두번째〉이다.

 

초서의 변화는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작동원리의 반복 속에서 진행된 변화이다.

 

 

반복이란
초서의 생략은 연결과 버리기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작동은 특정한 조건이 나타날 때 발생한다. 한 번의 작동으로 생긴 결과는 다시 새로운 조건으로 인식되고, 그 위에서 같은 작동이 다시 일어난다. 이러한 작동의 반복이 초서 변화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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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서원리 2 - ( )조건에서 좌측획 버린다.

 

 

 

***첫번째 사례, 冂 구조 조건이 있는 기호의 생략

① 用에서 생략

 

 

用의 초서를 보자.
이 글자에는 위에서 제시한 冂 구조가 보인다.

이 구조는 변화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이 조건에서 좌측 세로획은 버린다.

이와 같은 구조가 조건으로 나타나는 사례를 몇 가지 이어서 살펴본다.

 

②岡에서 생략

 

岡의 초서다.
상부의 冂 구조가 있다.
이 조건에서 좌측 세로획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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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南에서 冂 구조

 

南의 초서, 이제 南을 이렇게 본다.

南은 세 개의 기호로 이루어진다.

< 十 / 冂 구조 / 내부 기호 >

즉, 하나의 글자가 아니라 복합 기호의 집합이다.

여기서 세 기호 가운데 하나 <冂 구조>가 있다.

이 조건에서 좌측 세로획은 버린다.

같은 조건이 발생하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④高에서 冂 구조

 

 

 

高의 초서다.

우측 한간 자료는 高가 초서로 진행되기 이전의 자형이다.

이 자형은 <冂 구조>에서 좌측 세로획이 사라진 후의 형태다.
조건이 동일하면 작동 방식도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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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高에서 冂 구조>

 

***조건이 동일하면 작동 방식도 동일하다.
이것은 초서 작동의 중요한 하나의 법칙이다. 초서는 문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같으면 어느 자형에서나 같은 작동 방식이 적용된다. 이 사실은 초서의 변화가 복잡한 과정의 결과가 아니라 단순한 원리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오히려 초서의 변화를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좌측 세로획을 버린 이유>

冂 구조에서 좌측 세로획은 버려진다.
이 획이 선택적으로 버려진 이유는 필획 동작 때문이다. 좌측 세로획이 존재하면 붓을 한 번 끊고 다시 우측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 구조에서는 필획이 연속될 수 없고 흐름이 분절된다. 반면 좌측 세로획을 버리면 우측의 ㄱ형 필획을 한 번의 동작으로 처리할 수 있다. 90도 필법에서는 이러한 연속 동작이 가능하다. 결국 이 획은 의미 때문도, 모양 때문도 아니라 필획의 연속을 방해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버려진 것이다. 이 현상은 문자 생략의 세 패턴 가운데 **‘일부 버리기’**에 해당한다. 붓을 떼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호의 일부가 선택적으로 제거된 것이다

 

 

***두번째 사례 : 같은 문자에서 다른 방식의 생략

⑤ 雨에서 冂 구조

 

 

 

사진은 雨의 초서이다.
생략되기 이전의 雨자형에 <冂 구조>가 있다.

이 조건에서 좌측 세로획은 버린다. 1,2단계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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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자의 초서 형태는 한 번에 완성된 결과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진행된 것이다.

참고로 다음 사진은 雨초서의 전체 변화를 정리한 과정이다.

 

 

1. 먼저 冂 구조를 조건으로 보면 좌측 세로획을 버린다.

2. 내부의 ‘점이 좌우 두 개’라는 것은 <초서원리1>에서 밝혔던 생략조건이다.

이 조건에서 내부 점 두 개는 선으로 연결된다.

3. 남은 구조에서 雨의 가운데 세로획이 사라진다.

2의 결과 남은 형태는 다시 관찰의 대상이 된다.

여기서 변화 가능한 조건에 다시 冂 구조가 보인다.

같은 작동으로 좌측 세로획을 다시 버리게 되고,

결국 雨의 가운데 세로획이 사라진다.
이것은 결과가 다시 조건이 되는 반복 구조이다.
조건 → 작동 → 결과(조건) → 작동 → 결과

4. 내부의 두 가로선은 다시 짧은 선(또는 두 점)으로 변하면서

(초서원리1, 선은 점으로 생략한다) 지금의 雨 초서 형태로 정리된다.

이 사례에는 초서원리 ①과 ②가 함께 적용되어 있다.

 

⑥雲에서 雨의 생략

 

 

雲 초서다.

雲에는 ⑤와 같은 雨 기호가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雨의 생략 과정을 보면 ⑤와는 다른 방식의 변화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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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단계는 ⑤ 雨와 동일하다.

3. 여기서는 내부의 <두 개 가로선과 가운데 세로선이 결합된 기호>를 조건으로 선택한다.

조건이 둘 이상 일 때는 판단은 그들의 선택이다.

 

 

이것은 ⑤ 雨에서의 선택과 다른 방식이다.

조건의 선택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건 → 작동 → 결과(조건) → 작동 → 결과

 

 

 

사진과 같이 같은 형태 (雨에서 좌측세로획이 사라진 후)를 두고
⑤ 雨에서는 <冂 구조>를 조건으로 선택한 반면
⑥ 雲에서는 <두 개 가로선과 가운데 세로선이 결합된 기호>를 조건으로 선택하였다.

雨에서와 다른 조건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雨 아래에 다른 기호가 이어져야 하는 구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조건이 같으면 작동 방식은 같다.
그러나 조건이 다르면 작동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한 글자에서 서로 다른 형태가 나타나면 혼란스럽게 보일 수 있다.
이러한 혼란은 이후 일정한 정리 과정을 거치며 안정된 형태로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雨가 단독으로 쓰일 때는 ⑤의 초서 형태를 따르고,
다른 글자의 일부로 쓰일 때는 雲·露·霜 등에서 보이는 ⑥의 초서 형태가 사용된다.

 

- 露에서 雨는 ⑥雲에서 雨와 같이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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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處에서 보이는 雨와 같은 기호

 

 

處초서다.

참고로 우측 사진은 處의 생략 과정을 정리한 내용이다.

虎 부수는 하나의 기호로 작동한다.
虎부수 기호 안에서도 <冂 구조>가 조건으로 나타나고 좌측 세로획은 버린다.

이는 雲에서 雨기호가 생략된 기호와 동일한 형태가 된다.

 

 

즉, 같은 문자에서도 다른 조건의 선택이 있으면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다른 문자에서도 같은 조건의 선택이 있으면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초서에서 하나의 기호가 여러 문자로 동시에 읽힐 수 있는 현상은

바로 이러한 기호 작동 방식에서 비롯된다.

이와 같이 초서과정에는 생략이 거듭될수록 같거나 유사한 기호가 나타난다.
생략이라는 과정에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어느 순간 유사한 기호를 그룹화하고 대표 기호를 사용하는

새로운 초서화 방식이 나타나게 되는 배경이 된다.

 

***세번째 사례 : 기타 <冂 구조> 문자

⑧ 安 등에서 宀 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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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의 초서다.
宀에서도 같은 <冂 구조>가 조건으로 나타난다.
이 구조에서 좌측 세로획을 버린다.

여기서 한 가지,
宀의 초서는 연결된 결과가 아니라 좌측을 버린 결과다.
좌측 세로획이 남아 이어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좌측 세로획이 생략되고 우측 획만으로 구조가 유지된 것이다.

 

 

제3시기 한간 자료에서는
이와 같은 생략이 진행 중인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완성된 초서의 형태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좌측 버리기라는 판단이 실제 문자 변화 과정 속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여준다.

 

- 家, 守 등

宀(갓머리)를 가진 모든 글자에서도
宀은 <冂 구조>로 인식되면 동일한 방식으로 생략된다.

 

 

조건(변화 가능한 상태)이 같다면 작동은 언제나 동일하다.
그래서 초서는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한 가지를 알게 되면 같은 경우는 모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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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益 등에서 皿

 

 

益의 초서다.
초서가 되기 이전 자형을 보면

益의 皿에서 <冂 구조>가 보이고 조건으로 작동 한다.

 

 

이 구조에서 좌측 세로획을 버린다.
皿 하나의 기호가 생략되는 첫 번째 장면을 보는 것이다.

조건이 동일하면 작동 방식도 동일하다.
앞에서 본 冂 구조의 작동 방식이 여기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종 초서는 이후 몇 단계의 생략이 더 진행되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전체 과정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호 皿에서 초서원리②가 작동하는 장면을 확인하는 것이다.

초서는 기호단위로 작동한다.

 

 

참고로 이 생략 과정은 한간 자료를 통해

실제 문자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전 과정을 정리해 본 것이다.

 

***네번째 사례 : 광개토대왕비문의 <冂 구조> 문자

⑩광개토대왕비문의 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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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광개토대왕비문의 글자이다.
외곽 형태를 보면 <冂 구조>에서 좌측 세로획을 버린 형태로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좌측 세로획을 보완하여 그어 보면 우측과 같은 모습이 된다.
자료에서는 이를 開로 해석하고 있다.

 

-門에서 나타나는 <冂 구조>

開의 외곽 구조는 門에서 출발한다.

물론 門자가 이러한 구조로 변화하기까지는 몇단계 초서원리가 함께 작용한다.
그러나 여기서 살피는 것은 그 전체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기호단위,
초서원리②의 조건이 되는 <冂 구조>의 기호이다.

門자의 생략이 일정 단계에 이르면
외곽만 남는 <冂 구조>형태로 정리되는 국면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느 단계에서라도
<冂 구조>로 인식되는 조건이 포착되면
그 기호는 항상 같은 방식, 즉 좌측 세로획을 버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변화 역시 막연한 추측이 아니다.
제3시기, 즉 문자 생략이 실제로 진행되던 시기의 한간 자료에서
門자의 변화 과정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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門의 경우 행서에서는 좌측 세로획이 유지되지만,
초서에서는 좌측 세로획이 생략된 형태로 정리 된다

  

 

- 다시 광개토대왕비문의 자형을 보면,

 

 

좌측의 광개토대왕비문 자형은 開의 초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외곽선은 門의 초서, 그 안에는 井이 결합된 구조이다.

 

 

 

외형적으로는 일반적인 초서 형태와 전혀 다른 문자처럼 보이지만
이는 문자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필법의 차이에서 나타난 형상적 차이이다.

이 비문의 글자는 초서 구조를 예서 필획으로 쓴 형태로 볼 수 있으며,
開 이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확인된다.

이렇게 본다면
이 비문의 문자를 단순히 예서라고만 단정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

 

이러한 사례들은 초서에서 하나의 기호 구조가 조건으로 포착되면

언제나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초서는 문자 변화 이전 단계에서 작동하는 조건 인식과 작동의 체계이다.

 

다음 호는 <초서원리3. 口의 생략원리> 입니다.

이 원고 및  출간물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 없이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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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추사 제 8호

이달의 작품

​역사와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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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신화> 
67x96, 2025. hangbak 한지에 먹


기록이 남으면 역사라 하고,
기록이 없으면 신화라 한다.
그러나 기록의 유무가
존재의 유무를 결정할 수 있는가.
고대문자를 대할 때마다
나는 그 문자를 만들기 직전의 삶을 떠올린다.
문자를 만들 수 있었던 사회,
광대한 질서와 문화를 유지하던 시대의 기상이
작은 기호 속에 응축되어 있다.
그럼에도 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떤 시대는 신화로 밀려나고
허구로 취급된다.
이 작업은 그 이분법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검은 막대기는 글자를 새기던 목간이다.
작은 필획들은 그 목간에서 빠져 나온 문자들이다.
어떤 기록은 남고, 어떤 기록은 매몰된다.
그러나 기록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 시대의 존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신화는 허구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기록되지 못한 시간의 한 형식일지도 모른다.
기록은 역사의 조건이 아니라
하나의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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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余志學之年 留心翰墨 味鍾張之餘烈 挹羲獻之前規
 
내가 15세 시절에 서법에 마음이 있어 종요와 장지의 묵적(墨蹟)을 따라 익히고 
희지와 헌지의 필법(筆法)을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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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極慮專精 時逾二紀       有乖入木之術 無間臨池之志 전념으로 힘을 쏟은 지 紀(12년)가 두 번 지났는데입목지술(왕희지 서법의 정수)에는 모자라는 점이 있지만, 임지지지(장지의 필법)와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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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觀夫 懸針垂露之異 奔雷墜石之奇 鴻飛獸駭之資 살펴보면 무릇 (세로획에도) 현침(바늘처럼 끝이 뾰족한 것)과 수로(이슬처럼 끝이 맺히는 것)의 다름이 있고, (점에도) 분뢰(다음 획으로 급하게 이동하는 태세의 점)와 타석(마지막으로 마무리하는 무거운 점)과 같은 차이가 있다. 홍비(戈는 큰 기러기 날 듯이 천천히 우아하게 함)나 수해(乙은 짐승이 놀라듯이 신속하고 짧은 동작으로 함)처럼 성격이 다른 자태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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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鸞舞蛇驚之態 絶岸頹峯之勢 臨危據槁之形 (파책에도) 난무(난새가 춤추듯이 여유롭게 함)와 사경(놀란 뱀이 풀속으로 들어가듯이 리드미컬 하게 함)의 형상이 있다. (갈고리에도) 절안(해안에 깍아지른듯한 낭떠러지와 같은 기세)과 퇴봉(약간 기울어진 산봉우리의 동세)의 기세가 있으며, (삐침에도) 임위 (팽팽히 긴장을 유지하는 형상)와 거고( 據槁「巛 」法 )의 형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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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4 | 월간추사 제 8호 : 영문초록(Abstract)

This issue is composed of two main sections.
One is Record of Judgment (2), which documents how decisions are formed and brought to closure during the process of making within the framework of relational calligraphy.
The other is Principle of Cursive Script (2), which presents a specific operational case in cursive writing.
Record of Judgment (2) does not interpret the finished result.It records how decisions arise from given conditions and how those decisions lead to the closure of the structure.
The principle of cursive script understands cursive not as a form, but as a mode of operation.
When a certain structure appears as a condition, a consistent form of omission occurs accordingly.
Principle of Cursive Script (2) examines the operation of omitting the left vertical stroke in the (冂) stru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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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Chusa

월간추사  2026. 04  |  제 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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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발행 : 항백 박 덕 준  hangbak park

편집 디자인 : 월간추사 편집부 / Art Director 김 나 희

Email Address : parkhangbak@gmail.com

Web site : www.hangb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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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고 및  출간물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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