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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추사

Monthly Chusa

2026. 11  제 15호

월간추사  2026. 11  |  제 15호 

발행인 : 박덕준
발행처 : 월간추사
발행일 : 2026년 11월
편집,디자인 : 김나희

추사어록   -  墨 華
추사의 《묵법변(墨法辨)》에 나타난 발묵(潑墨)의 의미
판단의 기록   -  이 형태는 어디서 오는가?
추사의 편액 〈양세정효각(兩世旌孝閣)〉을 분석한다.
초서원리  -  항백 [초서원리 5]  중복은 버린다(2)
君·郡·孟·益·盡의 초서 변화를 통해 중복과 공유의 원리를 밝힌다. 
이달의 작품  -  목간추상
서보(書譜)읽기  -  손과정 《서보》의 제 51, 52 문장
특집 추사 김정희 서론 소개  -  나의 추사 서론 특징
영문초록(Abstract) -  Monthly Chusa Vol. 15

추사어록   -  墨 華
추사의 《묵법변(墨法辨)》에 나타난 발묵(潑墨)의 의미를 살펴본다.
판단의 기록   -  이 형태는 어디서 오는가?
추사의 편액 〈양세정효각(兩世旌孝閣)〉을 분석한다.
글자의 형태가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공간의 조건에 따른 판단의 결과임을 설명한다.

초서원리  -  항백 [초서원리 5]  중복은 버린다(2)
君·郡·孟·益·盡의 초서 변화를 통해 중복과 공유의 원리를 밝힌다. 
중복은 동일한 형태뿐 아니라 필획을 긋는 동작의 반복까지 포함한다. 
중복된 필획은 다른 필획과 기능을 공유하면서 생략된다. 
이는 초서의 생략이 임의적인 것이 아니라 
일정한 문자 변화 원리에 따른 것임을 보여준다.

이달의 작품  -  목간추상
문자의 기능이 사라진 이후의 세계를 상상한 작품
서보(書譜)읽기  -  서법으로 읽는다
손과정 《서보》의 제 51, 52 문장

특집 <추사 김정희 서론> 소개  -  나의 추사 서론 특징
필자의 추사 서론과 기존 형태 중심 서론의 차이를 제시한다. 
필자의 서론은 ‘공간 × 기세(필획) = 운(韻)’이라는 판단 구조를 중심으로 한다. 
글자의 형태는 공간의 조건에 따라 기세를 조절한 결과이며, 
감상자는 완성된 형태에서 이러한 판단의 원리를 거꾸로 읽어낸다.
이를 바탕으로 서법을 문자·문장·필묵·표현의 네 영역으로 구분하고, 
고전주의·복고주의·청대 신서법의 세 사조를 통해 서법의 역사적 전개를 살펴본다.
영문초록(Abstract) -  Monthly Chusa Vol. 15

墨 華
먹빛이 꽃으로 피어 오르다
- 추사 《묵법변(墨法辨)》

​

한지라는 특수한 재료적 환경 속에서 묵법의 본질을 규명한 글이다.
추사는 발묵(潑墨)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였다.
“발묵이라 함은 먹이 꽃처럼 피어오르는 것이지, 단순히 먹을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墨之潑者。乃墨華之騰采。非止一段善於殺墨也。)
발묵은 먹을 흩뿌리는 행위가 아니라 먹빛이 종이 위에서 생명력을 발산하는 순간이다. 
즉, 먹의 물성과 기운이 교차하여 생명이 피어나는 지점, 그것이 추사가 말한 ‘묵화(墨華)’의 순간이다.

판단의 기록
판단의 기록 (9)  ―  이 형태는 어디에서 오는가?

- 추사의 〈양세정효각〉
올가을 과천 추사박물관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 하나를 만났다. 비석의 탁본을 중심으로 추사의 예서 작품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무에 새긴 편액 글씨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양세정효각(兩世旌孝閣)〉이다.


추사 김정희(金正喜) | 〈양세정효각 현판(兩世旌孝閣 懸板)〉 
79.0 × 33.5cm  1855년(철종 6) |  도판 출처 : 《추사묵향》 2026, 추사박물관


 

1855년 추사가 쓴 이 편액은 김해김씨 김복규와 아들 김기종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효각의 글씨다. 예서로 쓴 다섯 글자인데, 세로로 길게 배치한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이쯤 되면 괴이하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이 글씨는 어디선가 보았던 자형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 아닐 것이다. 
추사에게도 처음 만나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추사에게 문자는 형태가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다. 문자가 성립하는 원리는 철저하게 고증하지만, 그 원리에 따라 표현되는 형태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여기에 추사서법의 정수인 ‘판단’이 있다. 그리고 그 판단에는 여러 조건과 기준이 작용하는 ‘판단의 구조’가 있다.

- 형태는 어디에서 오는가?
〈양세정효각〉의 다섯 글자는 왜 이러한 형태가 되었을까?
그 답은 자전이나 다른 전고에서 형태를 찾는 데 있지 않다. 추사는 어떤 판단을 하였을 것이고, 지금 우리가 보는 형태는 그 판단의 결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 판단의 출발점을 글씨를 쓰는 데 주어진 조건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써야 할 다섯 글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나 세로형으로 할 것인가, 가로형으로 할 것인가, 그리고 편액의 크기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는 주변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할 사항이다. 건물 전면에 가로로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세로 편액으로 결정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여기서는 남겨두자.
그 다음은 편액의 크기다. 세로 편액인 경우에도 배치할 장소와 관련하여 가장 적당한 크기를 판단해야 한다.
편액의 크기가 건물과의 관계에서 결정되며, 그 자체가 서법 작업의 조건이 된다.
써야 할 글자는 다섯 자, 형식은 세로다. 이제 여기에 적합한 서체를 판단한다.
추사는 예서를 세로 쓰기로 결정하였다.

이 결정이 어떤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어떤 판단의 단계를 거치게 될지 흥미진진하다. 예서를 가로가 아닌 세로로 쓰면서도, 세로 길이는 다섯 글자를 배치하기에 짧기 때문이다. 즉, 자연스럽지 못한 조건이 설정된 것이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필자는 추사 작품과 동일한 화면 비율에 같은 다섯 글자를 일반적인 예서 방식으로 써서 비교 작품을 만들었다. 두 작품을 비교하여 추사의 판단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두 작품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글자의 형태가 다르다. 같은 다섯 글자를 썼는데 왜 형태가 다른가? 추사는 이와 같은 서법표현의 제반 문제에 대한 판단을 공간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 공간과 기세의 관계
기세는 이를 담아낼 공간이 있어야 한다. 기세와 공간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운(韻)을 실현한다. 이는 추사서법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핵심적인 표현원리다.

                                            
이 원리에 따르면 기세가 먼저 정해지고, 이를 수용할 공간이 후에 결정된다. 그러나 실제 서법 작업에서는 공간이 먼저 확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경우에는 확정된 공간에 맞는 기세가 필요하다. 즉, 공간의 조건에 따라 기세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

항백 박덕준
「추사 김정희 서론 - 필묵의 서법표현론을 중심으로」 2025
기세 ×︎ 공간 = 운(韻)

공간의 운용에는 세 가지가 있다. 이른바 포백유삼(布白有三)으로 글자 내부의 포백, 상하 글자 사이의 포백, 행간의 포백이다. 일반적으로 해서와 행서에서는 상하 자간보다 행간의 공간을 크게 운용한다. 반면 예서에서는 상하 자간의 공간을 크게 확보하고 행간의 공간을 줄이며 좌우로 펼쳐지는 필획의 기세를 강조한다. 
이처럼 서체에 따라 공간의 운용 방식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필획의 기세를 운용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 추사의 판단
일반적인 예서는 상하 자간의 공간을 크게 확보하고 좌우로 펼쳐지는 가로 기세를 강조한다. 그러나 〈양세정효각〉은 일반적인 예서와 공간의 운용 방식이 다르다.
추사는 좌우 공간을 크게 활용하고 상하 자간의 공간은 최소화하였다. 이에 따라 좌우로 펼쳐지는 기세를 줄이고 상하로 전개되는 기세를 강조하였다. 이처럼 공간의 운용 방식을 먼저 바꾸고 그에 맞추어 필획의 기세를 변화시키는 것이 추사 〈양세정효각〉에서 나타나는 핵심적인 판단이다.
먼저 ‘世’의 경우다. 일반적인 예서의 작품과 자형이 다르다. 새로운 공간 운용 원리에 더 적합한 자형이 있기 때문에 추사는 그 자형을 채택하였다. 일반적인 자형보다 세로 기세가 좀 더 드러나는 자형이다. 그러면서도 글자 내부의 세로 기세를 더욱 강조한 사례로 추사의 적극적인 판단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旌’의 경우, 우측 상부는 좌측의 ‘方’과 결합하여 ‘깃발’의 상형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예서는 이 부분을 가로획으로 강조하지만, 여기서는 그 형상을 짧은 획으로 표시하는 데 그쳤다. 획의 길고 짧음은 문자를 다르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덕분에 좌우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하고 상하 기세를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었다.
여기서 몇 가지 운용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필획의 크기와 장단을 조정하는 방법, 문자원리에 따라 편방을 변형하는 방법, 그리고 전혀 다른 자형을 채택하는 방법 등이다. 

어떤 방법이든 공간을 확보하고 운(韻)을 실현한다는 목적은 동일하다. 
다만 여기서 특기할 만한 점은 글자의 형태는 이러한 목적이 실현된 이후 결과적으로 남게 되는 현상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즉, 글자의 형태는 사전에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사후에 변형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 형태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여기서 우리는 추사서법에 나타난 글자 형태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먼저 문자와 형태라는 두 용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한자는 문자로서 고유한 역사와 원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서법과 관계없이 문자 자체의 원리와 변천 과정을 다루는 독립적인 영역으로 문자학에 해당한다.
한편 서법으로 표현된 글자의 형태는 문자원리를 활용하여 붓으로 표현한 결과이다. 
이는 서법표현의 영역이다.
따라서 문자의 변화와 서법에서 나타나는 글자 형태의 변화는 구분되어야 한다. 문자원리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고유한 원리를 가지고 있지만, 글자의 형태는 표현 과정에서 이루어진 판단에 따라 그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서법에서 나타나는 글자의 형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눈에 드러난 형태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그 형태가 왜 그렇게 나타났는지 알 수 없다. 
형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형태가 만들어진 원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
예컨대 파도와 바람의 관계다.
파도의 모습만 살펴본다면 현상의 묘사에 그치지만, 바람을 함께 살펴보면 그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파도가 형태라면 바람은 판단이다. 추사의 〈양세정효각〉에서 살펴본 것도 글자의 형태가 아니라 그 형태를 만들어 낸 판단의 과정이다. 
서법에서 글자의 형태를 바라보는 일도 마찬가지다. 서법을 논하면서 그 형태를 만들어 낸 판단은 살피지 않고 눈에 보이는 형태의 특징을 묘사하는 데 그친다면 바람 없이 파도를 논하는 것과 같다. 
만약 서법의 역사를 글자 형태의 변화만으로 설명하려 한다면, 바람을 제외한 채 파도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君에서 의미 있는 자형의 변화는 대략 제3시기에 나타난다. 그 변화는 口의 생략에서 시작된다. 口는 소전의 형태에서 먼저 세 개의 점으로 변화하고, 다시 두 개의 점으로 변화한다. 이 과정은 앞서 [초서원리 3 - 口 생략]︎에서 기술한 바 있다.
그런데 君의 경우 제3시기에 이르러 口 부분이 하나의 점으로 생략된다. 이 부분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口는 두 개의 점으로 생략되는 것이 기본이다.                                       이때 君의 좌측 삐침획과 口의 좌측 점은 중복된 동작으로                                       볼 수 있다. 이 두 동작을 중복으로 인식하였다면, 口의 좌                                       측 점은 삐침획과 공유하게 되고 별도의 점은 버리게 된다.
<좌측 점의 공유과정>       제3시기의 생략 과정에서 口가 하나의 점으로 나타난 사례
                                     가 있으며, 제4시기의 초서는 이 자형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점으로 생략된 과정은 口의 좌측 점을 삐침 획과 공유하고, 중복된 점을 버린 원리로 해석할 수 있다.
君의 초서에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자형이 있다. 이는 하나의 점으로 처리한 초서에 머물지 않고 그다음 단계로 변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점으로 인식한 이후의 변화는 기존 원리를 다양하게 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아래 초서에서 口를 하나의 점으로 처리한 a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b는 공유된 좌측 삐침획과 우측 점을 연결한 방식이고, c는 좌측 점과 별도로 우측의 두 점을 선으로 연결한 방식이다.


      a                         b                         c

君에서 의미 있는 자형의 변화는 대략 제3시기에 나타난다. 그 변화는 口의 생략에서 시작된다. 口는 소전의 형태에서 먼저 세 개의 점으로 변화하고, 다시 두 개의 점으로 변화한다. 이 과정은 앞서 [초서원리 3 - 口 생략]︎에서 기술한 바 있다.
그런데 君의 경우 제3시기에 이르러 口 부분이 하나의 점으로 생략된다. 이 부분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口는 두 개의 점으로 생략되는 것이 기본이다.                                       이때 君의 좌측 삐침획과 口의 좌측 점은 중복된 동작으로                                       볼 수 있다. 이 두 동작을 중복으로 인식하였다면, 口의 좌                                       측 점은 삐침획과 공유하게 되고 별도의 점은 버리게 된다.
<좌측 점의 공유과정>       제3시기의 생략 과정에서 口가 하나의 점으로 나타난 사례
                                     가 있으며, 제4시기의 초서는 이 자형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점으로 생략된 과정은 口의 좌측 점을 삐침 획과 공유하고, 중복된 점을 버린 원리로 해석할 수 있다.
君의 초서에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자형이 있다. 이는 하나의 점으로 처리한 초서에 머물지 않고 그다음 단계로 변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점으로 인식한 이후의 변화는 기존 원리를 다양하게 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아래 초서에서 口를 하나의 점으로 처리한 a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b는 공유된 좌측 삐침획과 우측 점을 연결한 방식이고, c는 좌측 점과 별도로 우측의 두 점을 선으로 연결한 방식이다.


      a                         b                         c

- 유사한 경우에 郡(고을 군)이 있다.


  郡초서                  郡해서
郡은 君과 阝이 결합된 구조다.
君에서 口는 사라지고, 우측 阝의 세로획도 생략되었다. 대신 가운데 하나의 점이 남았다.
이 과정은 몇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君의 口를 하나의 점으로 남기고 우측 阝의 세로획을 그 점과 공유한 것으로 보는 해석이다.
둘째, 아래 제3시기 출토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君의 口가 먼저 하나의 점으로 처리되고(좌) 이후 좌측 삐침획과 점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면서 阝은 독자적으로 처리되었다는 해석이다.
또한 이와 같은 여러 인식이 동시에 적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3시기 출토자료>                               <4시기 초서>

3. 孟(맏 맹)등에서 중복과 공유
 
孟은 子와 皿이 결합된 구조다. 초서의 형태는 얼핏 보아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우선 이 자형을 크게 변화시키는 것은 중복된 동작의 공유다. 子의 가로획과 皿의 상부 가로 부분을 동일한 동작으로 인식하고, 이를 하나로 공유한 것이다.


   孟초서                孟해서
출토자료를 통해 이 내용의 진행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2시기>                                         <3시기>                                                <4시기>


                                                  <생략의 진행>                                          <초서 정립>
제3시기에 皿의 좌측 획을 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皿의 생략이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子에 있던 두 개의 가로획이 없어지고, 皿의 상부 가로획을 공유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후 皿의 추가적인 생략을 거쳐 제4시기의 초서가 형성된다.

皿의 생략 과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좌측 획이 없어지고, 내부의 두 점이 가로획과 연결되며, 마지막으로 최종 가로획이 짧게 처리되는 과정이다. 
(좌측 적색은 목간 출토자료, 우측은 필자의 정리)

 
                                                        <皿의 생략 과정>
여기서 子의 가로획을 皿의 상부 가로획과 공유하는 과정과 皿 자체의 생략 과정은 서로 다른 원리에 따른 것이다. 두 원리가 각각 작용하면서 최종적인 초서 자형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전자인 중복과 공유의 원리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중이다.
- 益(더할 익)에서 중복과 공유


     益초서                 益해서
益은 水를 90도 회전한 문자와 皿이 결합된 구조다.
益의 초서에서 사라진 필획은 상부의 우별획(우측 점)이다. 이때 皿의 상부 가로획은 상부의 우별획과 중복되는 동작으로 인식되어, 그 기능을 공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盡(다할 진)에서 중복과 공유


   盡초서                 盡 해서
盡은 聿과 皿이 결합된 구조다. 
초서에서는 聿의 네 개 가로획이 모두 사라지고, 그 기능을 皿의 상부 가로획과 공유하고 있다. 
출토자료를 통해 이러한 변화의 진행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2시기>                     <3시기>                   <4시기>


제2시기 《마왕퇴백서》의 자형은 가로획은 盡해서 보다 적다. 
제3시기에는 이전 제2시기에 비하여 하나의 가로획이 생략되었을 뿐이다. 

이후 聿의 모든 가로획이 사라지고 皿의 상부 가로획이 이를 공유하는 형태로 변화한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적색은 제3시기 목간의 자형이고, 흑색은 제4시기의 자형이다. (다음호에 계속)

월간추사  제 15호 이달의 작품

목간추상(木簡抽象)
— 문자 이후의 서법
항백  53 × 35.5 cm  한지에 먹, 2025

문자의 기능이 사라진 뒤, 지난 문자 시대를 돌아보는 ‘문자 이후’의 서법이다.
목간은 나무 막대기에 문자를 기록한 고대의 책이었다. 목간에 기록되어 있었을 문자를 상상하지만, 실제 목간이나 문자를 재현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자들은 목간을 떠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화면 상부의 가는 필선들은 목간에서 빠져나온 문자들의 흔적처럼 떠돌고, 아래의 거대한 검은 덩어리들은 문자를 잃은 목간의 모습이다. 문자들을 품고 있던 목간은 이제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은 채, 저마다의 무게와 기세를 지닌 검은 형상으로 남아 있다. 〈목간추상〉은 목간의 외형이 아니라, 문자와 목간이 분리된 이후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이다.
서법에서는 다양한 표현 기법이 작품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 감상자가 그 기법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히려 기법이 드러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융화된 것을 높은 경지로 여긴다. 반면 현대미술을 볼 때면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표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그것을 작품의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목간추상〉에서는 서법의 극대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였다. 가는 필선과 거대한 검은 면을 대비시키고, 이를 화면 전체에 반복하여 극대비 자체가 작품의 주요한 표현이 되도록 하였다.
문자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표현의 원리와 방법은 여전히 서법에 있다. 문자에서 벗어난 세계에서도 서법의 다양한 표현은 새로운 관계와 공간을 만들어 낸다.

월간추사  제 15호   서보읽기
書譜 — 서법으로 읽는다

​

51. 草乖使轉 不能成字 眞虧點畫 猶可記文 廻互雖殊 大體相涉
(따라서) 초서는 사전(使轉, 운필의 리듬)이 어그러지면 글자를 이룰 수 없지만, 진서는 점획이 이지러져도 여전히 문장을 기록할 수 있다. 서로 번갈아 운용하는 방식은 비록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서로 통한다.

52. 故 亦傍通二篆 俯貫八分 包括篇章 涵泳飛白
그러므로 또한 대전과 소전을 두루 통하고, 팔분을 꿰뚫으며, 편장(초서)을 폭넓게 익히고, 비백에 흠뻑 젖어야 한다. (각 서체에 두루 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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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추사  제 15호
특집

​

서예가이자 서법연구가 항백(恒白, 박덕준)의 논문 「추사 김정희 서론 — 필묵의 서법 표현론을 중심으로」 가  「추사 김정희 서론」 추사박물관 학술총서 17에 수록되어 발간되었다.

​

<추사 김정희 서론(書論)> 읽기
1. 나의 추사 서론의 특징
 
공간 × 기세(필획) = 운(韻)
필자의 서론은 공간과 기세의 상호작용을 통한 운(韻)의 실현에 중심을 둔다.
반면 기존 서론은 글자의 형태미를 중심으로 작품을 판단한다. 형태미를 평가하기 위해 표준이 되는 다른 글자의 형태와 비교하거나, 영자팔법과 같은 균형적 구성미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운이란 공간과 기세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느낌이다. 글자가 놓이는 공간의 상황은 위치마다 다르다. 일정한 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간에 따라 필획의 기세를 조절해야 한다. 글자의 형태는 이러한 판단의 결과로 나타난다.
기존 서론에서는 글자의 형태를 먼저 정하는 반면, 필자의 서론에서는 형태가 판단의 결과로 나타난다. 또한 전자는 어느 상황에서나 최선의 글자 형태가 동일하다고 보는 반면, 후자는 공간의 상황에 따라 최적의 기세(형태)가 달라진다고 본다.
이는 작업자의 관점이다.
감상자의 관점에서는 완성된 글자의 형태를 먼저 본다. 그 형태가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를 위 수식의 판단 구조를 통해 이해한다. 결국 작업자와 감상자는 같은 원리를 서로 반대 방향에서 살피는 것이다.
형태미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과 형태가 만들어진 원리를 이해하는 것. 이것이 기존의 형태 중심 서론과 필자의 추사 서론이 다른 점이다.

 

2. 나의 서법연구 접근방법
이는 작품의 평가 방법뿐 아니라 서법의 역사와 전체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고, 나아가 나의 서법 작업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직접 연결된다.
나의 서법연구는 처음부터 추사를 대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오랫동안 풀어야 할 하나의 과제가 있었다.
서법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것은 나의 일관된 질문이었다. 서법의 역사와 이론을 다룬 자료는 많지만, 정작 서법의 실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연구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서법의 모습을 먼저 정리하는 일을 나의 연구 과제로 삼았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서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법이 네 개의 서로 다른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자(文字)·문장(文章)·필묵(筆墨)·표현(表現)이다. 서법이라는 통합된 개념만으로는 그 실체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처럼 네 영역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각각 다른 속성과 원리를 지닌다. 따라서 각 영역을 독립적인 각론으로 설정하고, 역사적 전개를 구분하여 살펴보는 방법을 택하였다. 이는 연구논문 작성을 위한 접근일 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실제 서법을 공부해 온 과정이기도 하다.
- 각론으로 접근
문장은 문학·역사·철학을 비롯한 한문학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한문을 공부하는 것이 곧 서예를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문자 영역은 한문학과는 별개의 영역이었다. 문자의 변천 역사와 변화 원리를 다루는 더 근원적인 분야다. 현재 개인 잡지 《월간추사》를 통해 소개하고 있는 ‘항백 초서원리’는 이 영역을 연구하여 밝혀낸 성과다.

문장과 문자 이 두 영역은 서법의 인문적 성격을 이루는 반면 필법과 표현 이 두 영역은 서법의 예술적 성격을 이룬다고 할수 있다.
필법과 묵법을 뜻하는 필묵은 서법의 기술적 측면에 해당한다. 정교한 움직임과 지속적인 수련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과학적 이해와 논리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다. 필법의 변천을 문자의 변화와의 관계에서 발견하고, 필법의 변천사를 정리하여 2019년에 발표하였다. 이로써 서법의 일반적인 모습을 찾아가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다.
이러한 필법과 묵법은 한지의 서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화선지가 아닌 한지에는 진한 농묵이 필요하고, 그 농묵을 사용하려면 특별한 필법이 요구된다. 한지의 서법은 붓과 먹, 종이 사이의 특수한 관계와 조화를 필요로 한다. 2019년 이후 한지만을 사용해 온 나의 서법 작업은 필묵의 영역을 더욱 넓게 열어 주었다.
마지막 네 번째 영역은 ‘표현’이다.
필묵이 기술적 분야라면 표현은 그 기술을 운용하는 원리다. 요리에 비유하면 필묵은 재료에 해당하고, 표현은 레시피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은 맛이다. 서법 표현에도 맛이 있어야 한다. 서법의 표현은 시대에 따라 강조하는 분야가 달랐고, 그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발현되어 왔다. 
필자는 이를 ‘서법에 사조가 있다’라고 정리하였다.
- 격자형으로 접근
여기에 세 개의 서법사조를 역사적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제1기는 한말·위진으로부터 송대까지의 고전주의 서법, 제2기는 원·명시기의 복고주의 서법, 제3기는 청대의 신서법사조이다.
세 서법사조의 성격을 좀 더 살펴보면 사조를 구분하는 기준은 표현의 영역에 있다.
제1기 고전주의 서법은 왕희지의 서법을 중심으로 운(韻)을 지향하는 서법이다. 글자와 필획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며, 기세와 공간을 통해 운을 실현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였다.
제2기 복고주의 서법은 왕희지 서법의 형태미를 지향하는 서법이다. 한 글자의 독립적인 형태미를 중시하는 관점이 부각되었다.

제3기 청대 신서법사조에서는 서법의 근원을 왕희지에 한정하지 않고 한대 예서까지 확대하였다. 예서에서 북위, 당해서로 이어지는 필법의 역사적 계통을 탐구하면서 정통성을 새롭게 검토하였다. 표현에서는 운을 중시하는 관점과 형태미를 중시하는 관점이 함께 나타났다.
이제 정리해 보면 각론에는 네 개의 영역이 있고, 역사적으로는 세 개의 서법사조가 있다. 네 영역을 가로축으로, 세 서법사조를 세로축으로 설정하면 최소 12개의 격자형 연구 단위가 형성된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서법을 개별 영역으로 분리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각 영역의 속성과 역사적 변화를 구분하여 살펴봄으로써 서법의 전체 모습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먼저 각 시대의 일반적인 서법의 모습을 정리하고, 그런 다음 이를 기준으로 개별 서법가의 특징을 검토할 수 있다. 추사서법의 연구 역시 이러한 순서를 따른다.
3. 네 영역의 역사적 전개
① 문장(文章)
서법의 대상으로 선택된 문장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을까?
문장 영역에서 중요한 것은 한문 자체의 변화보다 각 시대에 어떤 문장을 서법의 대상으로 선택했는가 하는 문제이다. 문장의 선택은 당시 성행하던 종교나 사상과 관련이 있으며, 시문과 같은 문학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의 이념적 성향이 강조되면서 유가 경서의 문장이 서법의 주요 대상으로 선택되었다. 반면 같은 시대의 추사는 성리학뿐 아니라 불가의 언어도 서법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러한 차이는 문장의 선택이 서법 작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세 서법사조에 따라 문장의 선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 문제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각 시대의 서법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관점을 얻을 수 있다.

② 문자(文字)
서법에서 문자라 할 때 이는 한자라는 문자 자체의 원리를 말한다. 이 영역은 소전 이전의 문자연구와 소전 이후의 문자변화 연구를 포함하는 방대한 분야다. 이는 서법과 별개로 문자 자체의 고유한 역사를 가진 문자학의 영역이다.
이러한 문자학을 바탕으로 실제 서법에서는 어떤 문자를 선택하여 활용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세 시기로 구분한다면 각 시대의 일반적인 서법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진나라 이후 문자는 크게 변화하여 한대에 이르기까지 초서와 예서라는 두 개의 주요 문자축으로 정리되었다. 제1기 고전주의 서법은 이 시기 이후부터 시작된다. 서법사에서 이 시기 주로 활용된 문자는 해서와 행서였다.
제2기 복고주의 서법에서도 문자의 선택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제3기 청대에는 금석학의 대두와 함께 예서가 새롭게 부각되었다. 북위서 등 북비에 나타나는 문자원리도 서법에 적극적으로 차용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문자 자체의 역사와 서법에서 그 문자를 선택하고 활용한 역사는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예서와 북위문자는 이미 한대와 북위시대에 성행하였다. 그러나 이 문자들을 새로운 서법적 관심의 대상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은 청대에 이르러서였다. 이처럼 문자 자체의 역사와 실제 서법에서 활용된 문자의 역사를 구분한다면 각 시대의 서법을 더욱 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③ 필묵(筆墨)
필법의 정립과 변천 시기는 서법사조의 시기와 다르다. 필법의 역사가 앞선다. 서법은 앞서 정립된 필법을 활용하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먼저 필법의 변천사를 살펴본 다음, 세 시기별로 사용된 필법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나라 소전을 쓰던 시기까지는 순방향 필법을 사용하였다. 이후 진예에서 90도 필법이 나타나 한나라 말 예서의 중심 필법이 되었다. 다시 남북조시기를 거쳐 당해서에서 45도 필법이 정착되었다. 필법의 역사적 변천은 여기까지다.
제1기 고전주의 서법은 45도 필법이 완성되어 마침내 세 가지 필법의 체계가 모두 갖추어진 시기다. 간찰용 세필을 중심으로 부드럽고 유려한 필법이 발달하였고, 신속하고 실용적인 45도 필법이 주류를 이루었다.
제2기 복고주의 서법에서도 이러한 필법의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3기에는 한나라에서 정립된 예서의 90도 필법이 크게 부각되었고, 북비 형식의 대자서법이 등장하였다. 각지고 네모난 형태를 표현하는 90도 필법과 기존의 45도 필법이 함께 사용되었다.
이처럼 필법이 역사적으로 정립된 시기와 각 서법사조에서 그 필법을 선택하여 활용한 시기를 구분하면 시기별 서법의 모습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④ 표현(表現)
표현 영역은 서법사조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제1기 고전주의 서법은 글자와 글자, 필획과 필획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였다. 
기세와 공간을 통해 운(韻)을 실현하는 것이 표현의 중심이었다.
제2기 복고주의 서법에서는 한 글자의 독립된 형태미를 중시하는 관점이 부각되었다.
제1기와 제2기의 구분은 보기에 따라 불분명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두 사조가 모두 왕희지를 근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제1기는 왕희지류의 운을 지향하는 서법표현이고, 제2기는 왕희지 서법의 문자 형태를 표준으로 삼아 모범적인 형태미를 표현하려는 관점이다. 즉, 제1기는 운을 표현하는 것이고 제2기는 형태미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서법의 표현에서 서로 대체할 수 없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식이다.

제3기 청대 신서법사조에서는 운을 실현하는 관계 중심의 표현과 독립된 형태미를 중시하는 표현이 혼합되어 나타났다.
따라서 세 서법사조는 표현의 관점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서로 다른 사조에 속하는 서법을 하나의 관점으로 일률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4. 시대별로 본 서법의 전체 모습
제1기 — 고전주의 서법 (한말·위진~송대)
이 시기는 왕희지 류의 운(韻)을 지향하는 서법이 중심을 이루던 시대였다.
표현에서는 글자와 필획 사이의 기세와 공간의 관계를 통해 운을 실현하는 것을 중시하였다. 
손과정(孫過庭)의 《서보(書譜)》는 이러한 고전주의 서법의 표현원리와 미학을 체계화한 중요한 서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서법이 이 시기에 해당한다. 당나라 구양순 계열의 서법에 영향을 받았으며, 고전주의 서법의 흐름 속에서 전개되었다.
제2기 — 복고주의 서법 (원·명대)
이 시기는 왕희지 서법의 형태미를 지향하는 서법이 중심을 이루던 시대였다.
표현에서는 글자와 필획의 관계보다 한 글자의 독립된 균형과 형태미를 중시하는 관점이 부각되었다.
제3기 — 청대 신서법사조
청대에는 금석학의 대두와 함께 예서와 북비의 문자원리가 새롭게 주목받았다.

필법에서는 예서의 90도 필법과 북비 형식의 대자서법이 새롭게 부각되었고, 원필과 실용의45도 필법도 여전히 주류를 이루었다. 표현에서는 운을 중시하는 관계 중심의 서법과 개별 글자의 형태미를 중시하는 서법이 함께 나타났다.
조선의 서법은 일반적으로 제2기 복고주의 서법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청대 신서법사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서법가가 있었다. 
바로 추사 김정희였다.
5. 서법의 전체 모습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이 결론은 추사서법과 관계없이 서법의 일반적인 모습을 독립적으로 연구하여 얻은 것이다. 
기존의 서법 인식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첫째, 기존의 서법 인식은 개별 글자의 형태미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조선시대에 정착된 이러한 관점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서법을 해설하고 평가하는 일반적인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제1기 고전주의 서법은 글자와 필획 사이의 기세와 공간의 관계를 통해 운(韻)을 실현하는 것을 중시하였다. 따라서 형태 중심의 관점만으로는 서법의 전체 모습을 설명하기 어렵다.
둘째, 기존에는 조선의 서법을 정통 서법이자 전통 서법의 기준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조선의 서법은 세 서법사조 가운데 주로 제2기 복고주의 서법에 해당한다. 조선 이전에 이미 제1기 고전주의 서법의 오랜 전통이 존재하였으므로 조선의 서법을 서법 전체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조선 서법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서법을 서법사 전체 속에서 제자리에 놓고 그 이전의 고전주의 전통까지 함께 바라보려는 것이다.
결국 기존의 인식이 하나의 서법사조를 서법 전체로 보았다면, 나의 연구는 서로 다른 세 서법사조를 통해 서법의 전체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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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초록
Monthly Chusa Vol. 15  -  English Abstract
Monthly Chusa, Volume 15, examines the principles of expression in calligraphy and the principles of character transformation, with a particular focus on the calligraphic theory of Chusa Kim Jeong-hui. 
Chusa's Sayings — Mokhwa (墨華, Ink Blossoms) examines the meaning of balmuk (潑墨) as discussed in Chusa's Mukbeopbyeon (墨法辨, On Ink Techniques).
Records of Judgment 9 — Where Does This Form Come From? analyzes Chusa's signboard Yangse Jeonghyogak (兩世旌孝閣). Unlike conventional clerical script, its characters are vertically elongated. This distinctive form is interpreted through the relationship between space and Gise (氣勢). Chusa modified the strokes and character forms to secure lateral space and emphasize vertical Gise. The analysis demonstrates that character forms are not predetermined but emerge as the result of judgments made in response to spatial conditions.
Hangbak's Principles of Cursive Script ⑤ — Eliminate Repetition explores the principles of repetition and functional sharing through the cursive transformations of 君, 郡, 孟, 益, and 盡. Repetition includes not only identical forms but also repeated brushstroke movements. Redundant strokes are omitted when their functions are shared by other strokes. This demonstrates that omissions in cursive script are not arbitrary but follow identifiable principles of character transformation.
Cover Artwork — Mokgan Chusang (木簡抽象, Wooden-Slip Abstraction) imagines a world after written characters have lost their original function.
Reading the Shupu examines passages 51–53 of Sun Guoting's Shupu (書譜).
Special Feature — Reading the Calligraphic Theory of Chusa Kim Jeong-hui presents the distinction between the author's interpretation of Chusa's calligraphic theory and conventional form-centered approaches. The author's theory is based on the following structure of judgment:
Space × Gise (氣勢, Brushstrokes) = Yun (韻)
Character forms emerge from adjustments to Gise according to spatial conditions. Viewers, in turn, begin with the completed forms and trace the underlying principles of judgment in the reverse direction.
On this basis, calligraphy is examined through four domains: characters, literary texts, brush-and-ink techniques, and expression. Its historical development is further analyzed through three movements: Classicism, Revivalism, and the New Calligraphic Movement of the Qing dyna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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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Chusa

월간추사  2026. 11 |  제 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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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 박덕준
발행처 : 월간추사
발행일 : 2026년 11월
발행처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천로 147-11, 원궁빌딩 202호 (양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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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발행 : 항백 박 덕 준  hangbak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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