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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추사

Monthly Chusa

2026. 06 제 10호

월간추사 

2026.06  제 10호

항백 박덕준  월간추사www.hangb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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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추사어록

판단의 기록
「판단의 기록(4)- 茗禪」
추사의 〈명선(茗禪)〉 작품을 대상으로
작업 과정에서 판단이 어떻게 발생하고 
전개되는지를 따라간 기록이다.
관계론 서법의 판단 구조인
[관계 설정 → 공간 설정 → 필획 결정 → 운 실현] 이
실제 작품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초서원리
「항백 초서원리 4(1) — 貝의 생략」이다.
賞, 積의 초서에 있는 貝 구조는 
두가지 貝 생략 - 좌측 버리기와 우측 버리기 방식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이달의 작품  <먼 시절의 장면들-구름과 새>

서보(書譜)읽기
서보읽기(10) - 세필로 다시 쓴 서보 31~34번 문장

영문초록(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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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어록

內氣言筆畫疎密輕重肥瘦。若平板散渙。何氣之有。

내기란 한 글자 내에서 획이 소와 밀, 경과 중, 비와 수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만약 평편하게 의미 없이 흩어져 있기만 하다면 무슨 기세가 있겠는가. (『완당선생전집』 권8)

서법에서 감흥을 일으키는 근원은 기세에 있다.
추사는 이를 글자 내부와 외부의 관계로 나누어 내기(內氣)와 외기(外氣)라 하였다.
그 가운데 가장 기본은 획과 획 사이의 관계다.
핵심은 소와 밀, 경과 중, 비와 수의 대비와 균형이다.
이러한 관계 판단 없이 형태만 갖추어 쓴다면 기세는 발생하지 않는다.
추사가 중요하게 본 것은 형태 자체가 아니라,
형태 속에서 움직이는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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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의 기록

판단의 기록(4) - 茗禪 (명선)

항백 박덕준 (서예가)

〈茗禪(명선)〉은 추사가 초의선사에게 차를 받고 답례로 써 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명선’은 추사가 초의에게 직접 지어 준 호(號)이며, 황상(黃裳 1788 ~ 1870)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함께 ‘죽로지실(竹爐之室)’이라는 당호도 지어 주었다고 한다.
작품은 가로 57.8cm, 세로 115.2cm 크기의 종이에 두 글자를 세로로 배치한 대작이다.
글자 하나만 해도 약 50cm에 이를 만큼 화면 전체를 크게 장악하고 있다.
- 황상의 기록 및 관련 내용은 정민, 『새로 쓰는 조선의 차문화』(김영사, 2011) 참고

茗禪 
추사김정희(金正喜, 1786~1856)
지본 115.2×57.8cm    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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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먼저 작품의 문장 선택이 이루어진다.
‘명선(茗禪)’은 기존의 문장이 아니라, 
추사가 초의선사를 위하여 직접 지어 준 호(號)이다.

일전에 초의가 차를 보내오자 추사는 답례로 두 개의 이름을 지었다.
하나는 ‘명선(茗禪)’이고, 다른 하나는 ‘죽로지실(竹爐之室)’이라는 당호(堂號)이다.

다음은 어떤 형식과 크기로 쓸 것인가의 판단이다.
‘죽로지실’은 반절보다 작은 아담한 가로 횡축으로 쓰였다.
그렇다면 ‘명선’ 두 글자는 세로축이 어울린다.

작은 방에는 가로로 <죽로지실>을 걸고,
다른 한쪽 벽에는 세로로 <명선>을 건다.

판단은 두 글자를 세로축 안에 배치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2. 필의(筆意) 판단
다음은 어떤 분위기와 방향으로 쓸 것인가의 판단이다.
소위 말하는 ‘의(意)’가 먼저 있어야 한다.
즉, 의재필선(意在筆先), 의는 붓보다 앞선다. 

여기서 추사는 백석신군비(白石神君碑)를 떠올린다.
〈죽로지실〉이 수려한 예서의 분위기라면
〈명선〉 두 글자는 이와 다른 방향이면 좋겠다.
추사는 백석신군비에서 보았던 맑고(潔齊) 굳센(遵勁) 서법의 인상을 떠올린다.

그가 추구하는 예서의 기본은 방경고졸(方勁古拙)이다.
필획은 모나고 굳세며, 전체의 느낌은 옛스럽고 졸박하다.
〈백석신군비〉의 필의라면
〈죽로지실〉과는 다른 차원의 방경고졸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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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추사는 이 비석에 대한 옹방강(翁方綱)의 평가도 기억하고 있다.
요지는 이렇다.
백석신군비의 글씨는 매우 방정(方整)하고 결제(潔齊)하며, 
풍골준경(風骨遵勁)하여 예서법 가운데서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옹방강은 『양한금석기(兩漢金石記)』에서 다음과 같이 평한다.
“이 비의 서법은 오로지 방정(方整)함을 위주로 하였으며,
한나라 예서 가운데 가장 맑고 정제된 것(潔齊)이다.
그러나 그 풍골의 굳셈(遵勁)은 〈교관비〉보다 더욱 뛰어나다.”

추사는 백석신군비에서 취할 ‘의(意)’를 정리한다.
방정(方整), 결제(潔齊), 그리고 풍골준경(風骨遵勁)이다.
이것은 백석신군비의 문자 형태를 그대로 따른다는 뜻이 아니다.
추사가 최종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서경(書境)의 방향이다.

방정(方整)이란 우선 90도 선긋기 필법에 의한 모나고 굳센 필획이다.
동시에 한 글자의 형태는 정돈된 정방형을 취한다.
결재(潔齊)는 맑음, 준경(遵勁)이란 굳셈이다.

3. 화면 구성 
이러한 필의는 기존의 방경고졸과 어떻게 다를까.
방필(方筆)의 필세는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고졸(古拙)보다 맑음(潔齊)과 굳셈(遵勁)을 더욱 부각시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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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화면이 이에 어울릴까.
여기서부터는 화면 전체에 대한 시각적 판단이 시작된다.
추사는 세로의 긴 종이 한 장 안에 두 글자를 가득 채운 장면을 떠올린다.

화면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두 글자 사이의 관계가 긴밀해야 한다.
필획 또한 두텁고 강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관계론 서법의 판단 구조가 작동한다.
관계 설정 → 공간 설정 → 필획 결정 → 운 실현.

먼저 필획 간의 관계를 긴밀로 설정한다.
그에 따라 필획 사이의 공간 역시 좁아져야 한다.
공간을 좁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획이 더욱 두터워져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필획과 공간이 각각 독립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획이 두터워질수록 공간은 압축되고
공간이 압축될수록 화면의 기세는 더욱 응집된다.

그러나 필획을 무한히 두껍게 만들 수는 없다.
공간 역시 단순히 좁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운(韻)이 형성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필획의 두께와 공간의 밀도가 함께 조절되어야 한다.

이것이 실제 판단 구조 안에서 작동하는 기준이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점은 판단의 순서다.
필획을 먼저 쓰고 남은 공간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공간을 먼저 판단하고,
그 공간을 성립시키기 위하여 필획을 결정한다.

이것은 관계론 서법에서 정리한
“먼저 공백의 자리를 펼쳐 두고, 그 공간을 위하여 먹 둘 곳을 정한다
(先布空白處 後置着墨處)” 의 작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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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판단은 머릿속에서 완결된 설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붓이 움직이는 순간 속에서 계속 조정되며 형성된다.

4. 붓의 운행과 전개
화면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필획의 밀도가 높아야 한다.
그래야 필획 사이의 공간을 더욱 좁게 유지할 수 있다.

茗(명)자의 초두 부분을 획이 많은 전서형 艸으로 처리한 것도 그 판단이다.
그러나 초두를 쓰고 보니 아직 공간이 다소 크게 남아 보인다.
이 공간을 줄이기 위해 名의 夕 부분을 더욱 강하게 밀어 넣는다.

마침 이 부분에는 좌삐침 획이 있다.
추사는 이 필획을 특히 선호하였다.
예를 들어 金 자에서도 좌삐침은 강하게, 우측 삐침은 오히려 약하게 처리한다.
당시 이러한 필획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추사 외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추사의 필법운용 8특징>을 발표 한 바 있고 
이 필획은 그 중 세 번째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135도(45도 + 90도) 기필에 의한 필획' 으로 정리하고 있다. 

붓은 거의 거스르듯 진행되므로 
일반적인 필법 감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운행이다.
추사는 이 특유의 필획을 최대한 활용하여
茗 한 글자만으로 화면 절반을 감당할 정도의 분량을 확보한다.

반면 口 부분은 오히려 크기를 조절한다.
다음에 이어질 禪 자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판단이다.

이제 禪 자를 쓸 차례다.
여기서 중요한 관계 판단이 작동한다.

상대(타자)를 돋보이게 하는 방향으로 나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미 쓰여진 茗 이 ‘상대(타자)’라면,

 

<추사의 필법운용 8특징>

① 예서 필법을 근원으로 삼았다.
② 추사의 해서 필법은 기존 필법의 계승이다.
③ 좌삐침(丿)획을 이용한 특별한 표현
④ 연결 부분의 특별한 운용
⑤ 제3동작의 특별한 활용
⑥ 세필 서법도 다르지 않다.
⑦ 한글 쓰기 필법도 같다.
⑧ ‘중봉’과 필법의 관계


지금 쓰게 될 禪 은 ‘나(그 조건에 대응하는 존재)’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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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茗과 같은 기세로 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기세로 갈 것인가.

만약 다른 기세로 대응한다면(서로 대비되어)
전체 서경은 흥취와 변화가 살아날 것이다.
반대로 같은 기세로 간다면 (茗의 기세가 이어져)
화면 전체는 더욱 정돈되고 굳센 분위기로 수렴된다.

추사는 여기서 후자를 선택한다.
당초 설정한 필의,
즉 방정(方整)·결제(潔齊)·준경(遵勁)의 방향에 더욱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같게 한다는 뜻일까.
茗에서 사용한 처리 방식을 禪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필획의 두께와 공간의 밀도를 맞추는 것이다.

여기서 또하나 중요한 판단이 있다.
茗 과 禪 사이의 공간 처리다.

두 글자 사이의 자간(字間)을
한 글자 내부 필획 사이의 공간과 동일하게 맞춘다.

이 경우 두 글자는 서로 떨어진 독립 글자가 아니라,
마치 하나의 구조처럼 결속된다.

전체를 보면 필획의 두께는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공간의 밀도는 거의 일정하다.
결국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필획의 두께가 조절된 셈이다.

禪 자의 마지막 가로획은 특별히 강하고 두텁게 처리된다.
추사는 예서를 대표하는 파책(波磔)의 절제된 기세를 마음껏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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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필에는 직각의 모가 살아 있고, 필획은 두텁고 강하다.
전형적인 90도 선긋기 필법의 운행이다.
<추사 필법운용 8특징> 중 첫 번째 해당한다.

그리고 남아 있는 아래 공간까지 이 파책의 기세로 가득 채운다.
기운이 생동하는 이 파책 역시 90도 필법이 만들어낸 표현이다.

 

 

 

 

 

 

 

5. 마무리 
茗禪(명선) 두 글자를 마치고 바라본 화면은 필획의 기세로 가득 차 있다.
내기(內氣)와 외기(外氣)의 구분이 무색할 만큼, 화면 전체가 하나의 내기로 정렬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중앙의 기운이 좌우 가장자리로 흘러 빠져나가는 듯하다.
원인은 가장자리 공간이다.
내부 필획 사이의 공간보다 좌우 가장자리 공간의 밀도가 더 낮다.

기세는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하나는 가장자리 종이를 잘라내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빈 공간에 글을 써 넣어 화면의 밀도를 조정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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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는 후자를 선택한다.

물론 써 넣을 내용도 필요하지만,
종이의 비율과 전체 화면의 인상까지 고려하면
가장자리를 잘라내는 방식은 지나치게 각박해진다.

추사가 좌우 빈 공간에 써 넣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草衣寄來自制茗 不減蒙頂露芽 書此爲報
(초의가 손수 만든 차를 보내왔는데, 몽정차나 노아차에 못지않았다.
이 글씨를 써서 보답한다.)

그리고 다시 덧붙인다.
用白石神君碑意 病居士隸
(‘백석신군비’의 의(意)를 사용하였다. 병중의 거사가 예서로 쓰다.)

이 문장들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다.
화면 가장자리로 빠져나가던 기세를 다시 중앙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마치 〈불이선란도〉 마지막에 적힌

「吳小山見而豪奪可笑」
(소산 오규일이 보고 억지로 빼앗으니 우습다.)

라는 문장과 같은 작동이다.

결국 가장자리 공간에 배치된 문장은
흩어지던 기세를 다시 중앙으로 응집시킨다.

그 결과 화면 전체의 기세는 중앙에 머물게 되고,
시선 또한 가운데로 모인다.
마침내 화면은
글자 내부에서 울리는 내기의 흐름에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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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결론 
“평담한 가운데 풍골이 준경함.”
〈명선〉에서 구현된 최종 서경(書境)이다.

균일한 필획과 일정한 공간 배치는 자칫 무표정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하고 담백한 느낌인 평담(平淡)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강한 시각적 자극이나 과장된 변화 없이도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
그렇기 때문에 평담을 실현한다는 것은 오히려 고차원의 경지에 속한다.

당초 설정했던 필의 가운데
방정(方整)과 결제(潔齊)는 결국 이러한 평담으로 실현된다.

그리고 그 평담 속에서
필획의 풍골은 더욱 굳세게 드러난다.

즉 〈명선〉의 최종 서경인
“평담한 가운데 풍골이 준경하다”는 것은,

문자는 정돈되어 있고, 화면의 느낌은 맑으며
필획에는 굳센 힘이 가득하다는 뜻이다.

황상은 추사를 만난 뒤 다시 일지암으로 초의선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죽로지실〉과 〈명선〉의 먹빛을 마주한 채
새벽까지 불을 밝히며 밤을 지새운다.

그는 이 두 작품을 두고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옥환과 비연의 자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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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소동파의 시구로 알려진 다음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短長肥瘦各有態 玉環飛燕誰敢憎
(짧고 길고, 살찌고 야윈 것은 각각의 자태가 있으니
양귀비와 조비연 가운데 누구를 감히 미워하겠는가.)

황상이 남긴 이 기록은
〈죽로지실〉과 〈명선〉이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지면서도,
각기 완성된 서경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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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에 원리가 있다

항백 [초서원리 4(1)] - 貝의 생략

1. 貝 초서에 두가지 형태가 있다

 ①賞에서 貝

 

 

 


   賞초서(a)             賞초서(b)


賞 초서(a)와 (b)의 차이는 문자 내부에 있는 貝의 초서 처리 방식 차이이다.

(a)의 형태는 행서에서도 자주 사용되어 비교적 익숙하다.
반면 (b)의 형태는 어떻게 쓴 것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최근에는 (b)보다 (a)를 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구조가 이해되지 않은 형태를 자연스럽게 기피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b) 역시 임의로 만들어진 형태가 아니다.
무엇을 버린 결과인지,
어떤 구조에서 나온 것인지 인식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 구조를 살펴보기로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항백 초서원리에서 貝의 초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정리된다.

- 일러두기

본문중 사진 ‘초서’는 한말 시기 정립된 초서를 기준으로 하고
‘붉은 글씨’는 한말 이전 시기 초서가 진행되는 과정을 필자가 정리한 자료

진간. 한간 사진은 진나라 또는 한나라 당시 실물 출토 자료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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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貝 생략에 두가지 방식> 
     

 賞 초서(a)


 賞 초서(b) 


賞 초서(a)는
貝 구조에서 좌측을 버리고 우측만 사용한 형태이고,
賞 초서(b)는
貝 구조에서 우측을 버리고 좌측만 사용한 형태이다.

②積에서 貝생략

 

 


  積초서(a)            積초서(b)

積 초서에서도 서로 다른 貝의 형태가 나타난다.

 

 


 
   좌측 버리기(a)                           우측 버리기(b)

積 초서(a)의 貝는 좌측을 버리고 우측만 사용한 형태이며,
積 초서(b)의 貝는 우측을 버리고 좌측만 사용한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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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두 방식이 특정 글자에서만 우연히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賞과 積처럼 서로 다른 문자에서도
동일한 생략 방식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즉 초서의 생략은 개별 글자의 문제가 아니라,
일정한 기호 구조 안에서 반복되는 작동 방식이라는 뜻이다.

③賢에서 貝

 


       賢초서

貝의 ‘우측 버리기’ 형태는 초서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 기호는 오랫동안 그 구조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한 채,
‘大’ 자로 오인되어 설명되고 전승되어 왔다.

이는 貝의 우측 버리기 형태에서
좌측 세로획이 허획처럼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賢 초서는 이러한 오인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원래는 貝의 우측을 버린 형태인데,
후대에는 이를 大 자로 인식하여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즉 貝의 우측 버리기 형태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과정에서,
점차 독립된 大 자 형태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貝초서(b)는 종종 大로 오인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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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한간 貰에서 貝
그러나 한말 이전에 진행된 초서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초서 속 貝는 大 자가 아니라
貝의 ‘우측 버리기’ 방식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한간 貰>                            

거연간(한간)은 제3시기 출토 자료에 해당한다.
즉 초서가 완성되기 직전,
한말 이전의 자형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다.

貰 자를 보면 貝 구조가 아직 온전하게 남아 있는 형태도 보이고,
동시에 우측 버리기가 진행된 형태도 함께 나타난다.
즉 변화 과정이 한 자료 안에서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초서 속 貝를 大 자로 이해한 것은 후대의 오인에 가깝다.
실제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는
貝의 ‘우측 버리기’ 생략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말 이전 시기의 자료를 통해
초서의 진행 과정을 확인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초서원리는 결과 형태를 보고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변화 과정 속에서 그 작동 근거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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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항백[초서원리 4]를 정리할수 있다.

항백[초서원리 4] - 貝 생략

 

 

 

 

다음 호에는
〈항백 초서원리 4(2) — 貝의 생략〉이 이어집니다.
필법 변화 → 연결 → 좌·우 버리기.
진간에서 한간에 이르는 실제 자료를 통해
貝 생략의 진행 과정을 계속 살펴본다.

이 원고 및  출간물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 없이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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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추사 제 10호

이달의 작품

<먼 시절의 장면들 - 구름과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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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시절의 장면들 - 구름과 새> 
75x44  2025.  hangbak  한지에 먹 / 탁본


나는 오래전부터 고대문자 속에서
문자가 되기 이전의 장면들을 상상해 왔다.

새와 구름 같은 형상들은
아직 문자로 정리되기 이전의 세계이며,
삶의 장면이 기호로 형성되기 직전의 상태이기도 하다.

〈구름과 새〉는 그런 장면 가운데 하나다.

화면 오른편의 먹 형상은
멀리 날아가는 새처럼 보이고,
왼편의 형상은
구름을 나타내는 오래된 문자 기호처럼 떠 있다.

이 화면은 자연 풍경을 설명하기 위한 그림이 아니다.
장면이 문자로 변해 가는 순간,
상형이 기호로 굳어지기 이전의 상태를
먹의 흔적으로 상상한 기록이다.

〈문자도〉가 문자 이후의 관계와 구조를 다루는 작업이라면,
〈먼 시절의 장면들〉은
문자가 형성되기 이전 세계의 장면과 기호를 상상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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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추사  제 10호
서보 읽기

31. 一畫之間 變起伏於峯杪    一點之內 殊衄挫於豪芒 
 
한 획 중에서도 붓끝이 일어나고 누운데 따라 변화가 생기고, 한 점 안에서도 붓끝이 굽음과 꺾임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 진다. [ 衄挫육좌 : 굽다(뉵) 꺽다(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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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況云 積其點畫 乃成其字   曾不傍窺尺牘 俯習寸陰
 
하물며 점과 획을 쌓기만 하면 글자가 된다 말하고는 척독을 쳐다보지도 않고 잠시라도 (허리를)굽혀 익히지 아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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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引班超以爲辭 援項籍而自滿     任筆爲體 聚墨成形

(반초(班超 AD33~122)를 끌어들여서 (공부안할)핑계를 삼고 항적(項籍, 항우BC232~202):을 내세워(공부안하는 증거로 삼아) 스스로 만족하고는 붓을 들기만 하면 서체가 되고, 먹을 모으기만 하면 자형이 된다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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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心昏擬效之方 手迷揮運之理     求其姸妙 不亦謬哉

마음으로는 본받아 배우는 법(학식등)도 모르고, 손으로는 (붓을)휘두르는 운필의 원리(스킬)도 모르면서, 그 신묘함을 구한다면 어찌 잘못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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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6 | 월간추사 제 10호 : 영문초록(Abstract)

Summary of Monthly Chusa Issue 10

This issue is organized around two main themes.

The first is “Record of Judgment (4) — Myeongseon.”
This text follows the process through which judgment emerges and unfolds in Chusa’s work Myeongseon (茗禪).

The essay traces the actual progression of the work:
the selection of the phrase, the establishment of pilui (筆意), the composition of space, the movement of the brush, and the adjustment of force and spatial density.

In particular, this issue examines how the judgment structure of Relation-Based Calligraphy operates within the work itself:

Relationship Setting → Spatial Setting → Stroke Decision → Realization of Resonance (韻).

The second feature is “Hangbak Choseo Principle 4(1) — The Omission of 貝.”
This chapter examines how the cursive simplification of the 貝 structure was formed through actual historical materials.

Through cursive examples such as 賞, 積, and 賢, the essay identifies two methods of omission within the 貝 structure:
left-side omission and right-side omission.
It further traces the progression of these transformations through excavated materials from periods prior to the Late Han dynasty.

Particular attention is given to the fact that the right-side omission form of 貝 was later misread and transmitted as the character 大.
Through this analysis, the essay argues that cursive script developed not merely through rapid writing, but through consistent operational patterns and structural trans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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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Chusa

월간추사  2026. 06  |  제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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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발행 : 항백 박 덕 준  hangbak park

편집 디자인 : 월간추사 편집부 / Art Director 김 나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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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site : www.hangb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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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 없이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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