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월간추사

Monthly Chusa

2026. 05 제 9호

월간추사 

2026.05   제 9호

항백 박덕준  월간추사www.hangbak.com

001.jpg

​CONTENTS

추사어록

판단의 기록
「판단의 기록(3)- 독섬」
이 작품은 2010년에 제작된 것으로,이때 형성된 판단 구조는 지금까지 유효하다.이후 나의 모든 실험 작업에 적용되어 왔다.

초서원리
초서원리 ③, 口의 생략은 두가지 방식으로 정리된다. 
[초서원리] ③-1,  口는 두 점으로 생략된다.
[초서원리] ③-2,  口는 좌 우측 버리기로 생략한다. 

이달의 작품  <먼 시절의 장면들-산 아래>

서보(書譜)읽기
서보읽기(9) - 세필로 다시 쓴 서보 27~30번 문장

영문초록(Abstract)

002.jpg

추사어록

黍珠突起礙於指 (서주돌기애어지)
기장이삭의 낱알 같은 돌기가 있어 만지면 손가락에 걸릴 정도다. 

완당선생의 글 묵법에 대한 글 <묵법변>에는 선생의 특별한 묵법이 전해온다. 
‘옛사람들이 남긴 법서의 진적을 보면 먹이 머물러 있는 곳에 침투한 먹이 부풀어 올라 기장 이삭의 낱알 같은 돌기가 있어 만져보면 손가락에 걸릴 정도다. 진적에 남아 있는 이러한 흔적을 통해 고인의 묵법이 어떠했는지 거슬러 올라가 알아볼 수 있다‘ 하였다. 한지에만 가능한 특별한 묵법을 말한다.

003.jpg

판단의 기록

판단의 기록(3) - 독섬 (獨섬)

항백 박덕준 (서예가)

1. 서문
이 작품은 추사의 판단 구조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그 구조를 작동시켜 실현한 결과다.
추사의 작업에서 확인되는 판단 방식은 
형식이나 결과를 모방하는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조건 위에서 판단이 어떻게 발생하고 닫히는가의 문제다.
이 작품은 2010년에 제작된 것으로 
이때 형성된 판단 구조는 지금까지 유효하며 
이후 나의 모든 실험 작업에 적용되어 왔다.
이 작품은 그 판단 구조를 하나의 사례로 옮긴 것이다.
동일한 구조를 따르되 
시작 조건과 작동의 방향을 달리하여 실현했다.

004.jpg


2. 기본 구조
이 작품은 하나의 판단 구조를 작동시킨 결과다.
그 구조는 「불이선란도」에서 확인되는 방식과 같지만, 
작동의 순서를 바꾸어 실현했다.
「불이선란도」는 세로 화면에서
가장자리에 기세를 두고 중앙을 비운다.
기세는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중앙의 공간에서 운으로 작동한다.
이 작품은 그 구조와 기본적으로 같다.
그러나 가로에서 세로로 전환된 화면 조건이
작동 방식을 다르게 만든다.
중앙에 큰 붓으로 흐리게 놓인 덩어리를 먼저 둔다.
이 덩어리는 형태가 아니라 
이후 모든 판단이 의지하는 조건이다.
동일한 구조를 따르되 다른 방향에서 실현한 경우다.

3. 전개
가장 크게 비어 있는 곳에서 시작한다.
좌측에 기세를 가득 채운다. 
넘쳐야 흐른다.
이 기세는 중앙으로 향한다. 
좌측의 강한 기세는 흐름을 되돌리지 않고, 
전체를 우측으로 밀어내는 방향을 만든다.

제2 발문은 작은 글씨로
이 흐름을 우측으로 연결한다.
중앙 하단부는 채운 듯 비워 둔다. 
획을 줄이고 밀도를 낮추되 끊지 않는다.
이로써 하단부는 비었지만 채워진 상태가 된다.
형태는 약하지만 공간은 이어져뒤로 물러난 경관처럼 작동한다.
좌측과 하단부는 중앙의 「독섬」과 관계를 맺는다.
발문은 원경으로 
중앙의 덩어리는 그 위에 놓인 전경으로 드러난다.

005.jpg


이 중첩으로 화면은 평면보다 넓고 깊게 느껴진다.
밀도는 높지만 막히지 않고 그 안에서 운이 형성된다.
우측 발문은 이 경관을 끊지 않고 이어간다.
우측은 가까운 거리에서 시작해 
중앙으로 갈수록 더 먼 거리로 설정한다.
이로써 중앙의 공간은 더 멀어지고, 
「독섬」의 덩어리는 더 가까워진다.
중앙 상단 발문은 채우되 닫지 않는다.
열린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하단부의 '비웠지만 채워진 공간'과 대비된다.
이 대비로 중앙의 공간은 더 넓어지고 더 멀어진다.

4. 결론
이 작품은 가장자리를 원경으로 배치함으로써
중앙의 「독섬」을 가까운 덩어리로 드러낸다.
좌측은 막혀 있고, 중앙과 우측은 열려 있다.
가장자리와 중앙은 
소밀(疏密) 관계만으로도 운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구성은 단순한 소밀 관계에 머물지 않는다.
거리와 층위를 설정하여 공간을 중첩 시킨다.
그 결과 
중앙의 「독섬」을 둘러싼 공간은
소밀의 운과 함께
바다를 연상하는 원경으로 재구성된다.
독섬은 바다 가운데 있다.

독섬.
어릴 적 어른들은 독도를 늘 독섬이라고 했다.
이웃 동네 석포에 올라서면
맑은 날 가물가물 눈으로 보이는 섬,
독도는 울릉도에 딸린 섬이다.

 

006.jpg

초서에 원리가 있다

초서원리 3 - 口의 생략

口의 초서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초서원리] ③-1, [초서원리] ③-2이다. 

1. 口는 두 점으로 생략된다. 

 

 

[초서원리] ③-1 

- 如에서 口
如는 女와 口로 쓴다.
아래 사진은 如의 초서다.
여기서 우측 口의 정체를 묻는다.

007.jpg

如에서 口의 초서는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각각 조금씩 다르다.
나는 그 차이를 알지 못했다. 
비슷하게 따라 쓸 수는 있지만, 분명하게 처리하기는 어렵다.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암기하는 방식이 갖는 한계다.
내가 찾아가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口가 소전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했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진간의 제1시기로부터 한말의 제4시기까지의 흐름 속에서 
그 변화를 단계적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거친 이후에야 비로소 초서에서의 형태를 판단할 수 있다.
초서의 형태는 ‘정답’이 아니라,
변화 과정이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如의 3시기 전후 한간자료

결론은 두 점이다.
口는 소전 이후 4시기를 거치며 생략·변화되었고
초서에서는 두 점으로 정리된다.
3시기를 전후한 한간 자료에서 이 변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세 점으로, 다시 두 점으로 변한다.
이 두 점은 다시 하나의 가로선으로 연결되는 것이 전 과정의 변화다.

소전 이후, 
口의 생략 과정은 시기별 출토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전 口(1시기)       진간 言(1시기)            한간 如(3시기)             한간 言(3시기)
 

008.jpg

이 흐름 속에서 口는 단계적으로 생략되며 형태를 바꾼다.
결국, 如 초서에서 우측 기호의 정체는 두 점이다.
이를 이어 쓰기도 하고 끊어 쓰기도 하며 다양한 형태로 보이지만,
두 점을 쓴 것에 불과하다.
정체를 알고 나면 초서의 모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제는 如 초서에서 口를 분명하게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표현으로 나아갈 수 있다.
如 초서는 나의 초서원리를 시작하게 한 최초의 발견이다.

- 다른 글자(名, 古)에서 口 생략
그렇다면,
口를 두 점으로 처리하는 이 방식은 如에만 해당하는가.
名과 古의 초서를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확인할 수 있다.

 

 

 

     名초서                        古초서

名에서는 하부의 口가 두 점으로 나타나고,古에서도 동일하게 두 점으로 처리된다.
이는 如에서 정리한 변화 경로가 특정 글자에 한정된 사례가 아니라,
동일한 판단 구조가 다른 문자에서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石에서 口

 

 


      石초서

009.jpg

石에서도 口는 두 점으로 정리된다.
이는 如·名·古와 동일한 변화 경로 위에 놓인다.
한나라 시기, 생략이 실제로 진행 중이던 자료를 보면
이 두 점은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두 점이 세로로 남아 형태를 이루고
어떤 경우에는 이어져 하나의 선으로 나타나며
더 나아가 하나의 점으로까지 진행된다.

 

 


      한간자료에 의한 石초서 형태 확인

즉, 생략의 각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형태는  
초서로 사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器에서 口생략 

 

 

                           器 초서

器의 초서는두 점에서 그치지 않고 한 점으로까지 진행된 형태다.
이는 한나라 시기 문자 사용의 현장에서
그 변화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器 초서화 한간자료                                              두 점 이후 변화

010.jpg

口는 ‘두 점’이라는 하나의 결론에 고정된 것이 아니다.
앞서 살펴본 변화 과정에서 보았듯이
口는 세 획에서 두 점으로 정리된 이후에도
하나의 점으로까지 진행될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즉, 두 점은 최종 형태가 아니라 생략 과정 중 하나의 안정된 단계일 뿐이다.
문자와 화면의 조건에 따라 그 이후 단계가 선택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국 口는 두 점을 지나 선으로 그리고 하나의 점으로까지 진행된다.
口의 초서화는 이와 같은 생략 변화의 전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口생략 변화의 전 과정

- 可에서 口 생략

 

 

      可초서 

可초서에서 원형으로 보이는 부분은 口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 
可의 한간 자료를 보면 변화된 과정을 볼 수 있다
口는 먼저 세 점으로 인식되고 가운데 점에서 우측 세로획으로 이어진다.

 


                可의 한간자료                                                  可의 생략과정 (정리)

이후 좌측 세로획을 버리며(초서원리 ②)
지금의 초서 형태로 정리된다.
可에서 원형은 口에서 좌측 획을 버리는 생략 방식의 작동 결과이다.

011.jpg

2. 口 생략의 두 번째 방식

口의 생략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초서원리 ③-1]은 그중 하나로
口가 두 점으로 정리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口가 필법의 변화 → 분해 → 버리기의 과정을 거치며
두 점에서 선으로 다시 하나의 점으로까지 진행되는 연속적인 변화 경로가 확인된다.
그러나 이 경로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口에는 또 하나의 생략 방식이 존재한다.
이 방식은 출발도, 판단 기준도, 진행 방향도 앞서의 경우와 다르다.
같은 口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식되고 처리되는 사례를 살펴본다.

[초서원리] ③-2

 

 

口는 좌측 또는 우측 획을 버린다.

口는 좌우 두 획으로 처리된 뒤,그중 하나를 버리는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이 방식은 생략의 세 가지 작동(연결, 버리기, 반복) 중 ‘버리기’에 해당한다.

- 口를 두 개의 획으로 처리 

 

 


           진간 日

012.jpg

진간에서 日의 외곽은 좌우 두 획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렇게 시작된 필법 현상은 생략이 거듭된 이후 어느 시기에
두 개의 필획 중 하나를 버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진간에서 새롭게 시작된 필법에서 비롯되었다.
소전의 필법(순방향 긋기)과는 다른 방식이다. 
90도 방향으로 꺾어 긋는 필법에서는 좌우로 꺾인 두 획이 
각각 하나의 동작으로 처리될 수 있다.
문자 변화 과정에서
필법이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장면은 반복해서 나타난다.
필법은 단순한 쓰기 방식이 아니라
문자 변화에 직접 작용하는 조건이다.

- 言에서 口초서 두가지 형태

 


                言초서 2형태(a,b) 

[초서원리 ③-2]에서 言 초서는 
口의 생략 방식에 따라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a는 口의 우측 획을 버린 형태로, 좌측 획이 남는다.
b는 口의 좌측 획을 버린 형태로, 우측 획이 남는다.

- 言초서의 지정 
지금까지의 口 변화를 종합하면, 言 초서는 단일 형태가 아니다.
그러나 실제 초서에서는 특정한 형태만이 사용된다.
口의 우측 획을 버린 자형이 지정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지정된 이외 다른 형태는 잘못된 것인가? 

 

 


言 초서(지정)                                     口의 우측 버리기
 

013.jpg

- 言초서의 3형태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하면,
口 초서 변화에 따라 言 초서는 다음 세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言초서 3가지 방식

1방식은 초서원리 ③-1 / 2·3방식은 초서원리 ③-2에 해당한다.
1방식이 <분해 → 점화 → 단계적 생략>의 흐름이라면,
2·3방식은 <두 획 인식 → 좌·우 선택 → 버리기>의 구조다.
제3시기까지는 이 세 가지 형태가 혼재되어 나타난다. 
이후 4시기, 한말에 이르러 초서가 정리되며 기준 자형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 3시기 다양한 사용
제3시기 〈영원박물부〉에 나타난 口의 사용을 분석해 보면 
이 시기 口는 하나의 형태로 통일되어 있지 않으며
여러 단계의 형태가 함께 사용된다.

 

 

                   제3시기 영원박물부 口의 사용례

그중 如와 言의 口를 살펴보면 같은 言자 안에서도 두 점 방식, 좌·우 획 선택 방식,더 압축된 형태와 예서형까지 서로 섞여 나타난다. 이는 혼란이나 미정리의 상태가 아니다. 口의 생략에는 여러 경로가 존재하며 이 경로들은 실제 문자 사용 속에서 병존한다. 변화 과정 속에 나타난 형태는 모두 초서로 가능하다.
기준 자형이 고정되기 이전 단계에서 여러 판단이 동시에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한말에 이르러 특정 형태가 기준으로 정착된다.

014.jpg

- 한말(漢末)에 정리된 기준 자형

 

 


    言 초서(기준)

한말에 정리된 초서가 기준 자형이 되었다는 것은 
다른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의 형태가 반복적으로 채택되면서 
인식의 기준으로 굳어졌다는 의미다.
하나의 형태를 기준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학습이 쉬워지고
전달이 안정되며 그 글자는 자연스럽게 정착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형태들은 배제되었을 뿐이다.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거나 초서가 아닌 것은 아니다.
즉, 기준 자형은 옳고 그름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의 축적이다.
기준에서 벗어난 다른 형태들 역시 
문자 변화 과정 속에서 성립한 정당한 초서다.
따라서 초서를 형태 목록으로 보면 틀림과 맞음이 생기지만
판단 구조로 이해하면 남는 것은 채택과 비채택뿐이다.


- 정리
초서원리 세 번째 口의 생략을 정리하면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초서원리] ③-1,  口는 두 점으로 생략된다.
[초서원리] ③-2,  口는 좌.우측 버리기로 생략한다. 

015.jpg

3. 口 생략형 적용 사례

口의 다양한 생략형이 초서와 행서에서 일정 패턴으로 적용된 사례가 있다.
초서와 행서(해서)에서 나타나는 다른 기호가 
사실은 같은 기호 口의 생략형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① 矣에서 口

 

 


    초서 矣                   행서 矣                  한간 矣

초서 矣의 상부는 口의 생략형으로 좌측 획을 버린 형태다. 
이보다 더 이른 시기의 한간 자형을 보면 상부는 이미 口의 형태다.
다만 행서의 형태가 口의 우측 버리기 형태라는 사실이 특이하다. 

② 至에서 口

 

 


    초서 至                   행서 至                  한간 至

앞서 살펴본 至의 초서에서도 
가운데 요소는 口의 기호군으로 통합된다.
이후 초서는 좌측 획을 버리고, 행서는 우측 획을 버린다.
같은 조건이 인식된 상태에서 서로 다른 선택이 이루어진 사례다.
두 선택은 모두 동일한 인식 구조를 공유한다.
결과는 다르지만, 판단이 이루어지는 층위는 같다.

016.jpg

③ 以에서 좌측 기호

 

 

    초서 以                   북위 以                  한간 以

以의 좌측 요소는이전 시기 한간에서 이미 口의 기호군으로 통합된다.
(통합의 개념은 이후 초서의 다른 방식 ‘통합’에서 상술함)

초서는 두 점으로 정리되는 방식을 취하고
북위 문자는 우측 획을 버리는 방식을 취한다.
두 경우 모두 동일한 인식 구조를 바탕으로 하며 결과만 다르게 나타난다.

④ 雖에서 口 생략

 

 

   초서 雖                   해서 雖                  한간 雖

雖의 좌측 요소는 상하 두 개의 口로 이루어져 있다.
이 요소는 이전 시기 한간에서 보듯이 
이미 口의 기호군으로 인식된 상태에서 서로 다른 선택이 이루어진다.
초서는 상하 두 요소 모두에서 좌측 획을 버리고,
해서에서 보이는 ‘세모형(마늘모)’ 기호는 우측 획을 버리는 방식에서 형성된 형태다.

017.jpg

⑤ 〈불이선란도〉에서의 始
추사의 〈불이선란도〉 발문에 쓰인 첫 글자는 始로 읽어 왔다.
그러나 최근 이를 妃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문제는 단순한 판독의 차이에 있지 않다.
이 문자 해석을 실마리로 삼아 
작품 전체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더 심각한 것은 오류의 재인용이다.  
최근 추사 김정희를 다룬 한 책에서 이 주장이 가감없이 재인용 되었다. 
뿐만 아니라 妃(비)를 근거로 한 왜곡된 해석까지 함께 인용되었다. 

초서 문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판단이다.
始의 초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④ 雖에서 口 생략

 

 

    초서 始                   행서 始                    한간 始

始의 우측 요소는 상하 두 개의 口로 이루어져 있다.
이 요소는 한간에서 보듯이 이전 시기에 이미 口의 기호군으로 인식되었다.
초서와 행서는 이 口를 인식한 상태에서 각각 다른 방식의 선택이 이루어진다.
초서 始에서 상부 口는 좌측 획을 버리고, 하부 口는 우측 획을 버린다.
해서에서는 상부 口가 ‘세모형(마늘모)’으로 변형되고
하부 口는 예서형이 유지되었다.

始의 초서 원리는 이미 그 구조를 통해 분명히 설명된다.
이 원리를 밝히는 일은 단순한 판독의 문제가 아니라
문자 해석의 기준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始爲(시위)를 妃爲(비위)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재인용한 사진

 

이 원고 및  출간물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 없이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018.jpg

월간추사 제 9호

이달의 작품

산아래

019.jpg

<먼 시절의 장면들 - 산 아래> 
75x44  2025.  hangbak  한지에 먹 / 탁본


나는 오래전부터 고대문자에 관심이 많았다.
고대문자를 보면 당시 사람들의 삶과 생활이 문자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구름, 새, 벌레, 바위와 같은 이미지는
고대문자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상상 속에 등장하는 장면들이다.
그것들은 아직 문자로 정리되기 이전의 세계,
다시 말해 삶의 장면들이 기호로 형성되기 직전의 상태와도 같다.

이 화면은 어떤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한 그림이 아니다.
오래된 문자 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삶의 장면을
먹의 기호로 상상해 본 기록이다.

나의 <문자도>가 문자 이후의 문화를 대상으로 한 관계 중심의 화면이라면,〈먼 시절의 장면들〉 시리즈는
문자 이전의 세계에 떠오른 장면을 다루는 화면이다.

이 시리즈는 다섯 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표지 작품은 그중 첫 번째 작품 〈산 아래〉이다.

산의 형상을 이루는 먹의 덩어리 아래
오래된 풍경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 5개 작품 : 1 산 아래, 2 구름, 3 마차, 4 전갈, 5 문 앞에서 )

020.jpg

​월간추사 제 9호 서보읽기

27. 或重若崩雲 或輕如蟬翼    導之則泉注 頓之則山安 
 
(서법 표현에서) 혹 무겁게 할 때는 짙은 먹구름이 무너질 듯이(먹의 양이 많아 쏟아 붓듯이) 하고, 혹 경쾌하게 할 때는 매미 날개와 같게(먹의 양이 적고 운필은 가벼워 갈필로) 한다. 연결해서 이어갈 때면 샘물이 졸졸 흘러나오듯이 하고 멈추어 머무를 때면 산이 안치되어 있듯이 한다.

021.jpg

​월간추사 제 9호 서보읽기

28. 纖纖乎 似初月之出天涯    落落乎 有衆星之列河漢
 
(그래서 좋은 표현이란) (가까이서 하나하나 살펴보면) 어여쁘기는 마치 초승달이 하늘가에서 막 나온 듯하고, (전체를 한눈으로 조망해 보면) 드문드문 성긴 모양은 뭇별이 은하수에 열지어 흩어져 있는 듯하다.

022.jpg

​월간추사 제 9호 서보읽기

29. 同自然之妙有  非力運之能成

(좋은 서법이란) 자연의 妙有(묘유)와 같아서 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023.jpg

​월간추사 제 9호 서보읽기

30. 信可謂 智巧兼優 心手雙暢    翰不虛動 下必有由

(서예를 잘하기 위해서는) 진실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智(학식)와 巧(수련)을 겸하여야 한다. 그러면 마음먹은 대로 손이 따라 움직일 수 있고, 
붓은 한 올도 헛되이 움직이지 않으니 마침내 내려쓰면 반드시 (그렇게 쓴) 이유가 있게 된다.

024.jpg

2026. 05 | 월간추사 제 9호 : 영문초록(Abstract)

This issue is composed of two main sections.

The first, “Record of Judgement — Dokseom,”
documents how a structure of judgement formed during the working process operates and how it closes within the pictorial field.

Rather than explaining a finished result,
this text examines how judgement arises within given conditions and relationships,
how it generates force, forms a flow,
and how that flow becomes established as a coherent structure.

The second is “Principles of Cursive Script 3 — Omission of 口.”
In Principle ③, the omission of 口 is organized into two methods:

[Principle of Cursive Script] ③-1 “口 is reduced to two dots.”
[Principle of Cursive Script] ③-2 “口 is omitted by discarding the left or right side.”

These two methods are selected according to conditions and operate through repetition.
This process unfolds through new connections, partial omission, and repetition,
revealing that cursive script is not a fixed form,
but a principle that operates within conditions and relationships.

Meanwhile, the paper “An Introduction to the Calligraphic Theory of Kim Jeong-hui — Focused on the Expressive Logic of Brush and Ink,”
by calligrapher and researcher Hangbak (恒白, Park Dukjoon),
was included in Chusa Museum Academic Series 17, published on April 29.

025.jpg

​​​

Monthly Chusa

월간추사  2026. 05  |  제 9호

​​

저자,발행 : 항백 박 덕 준  hangbak park

편집 디자인 : 월간추사 편집부 / Art Director 김 나 희

Email Address : parkhangbak@gmail.com

Web site : www.hangbak.com

​​

이 원고 및  출간물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 없이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026.jpg
!
Widget Didn’t Load
Check your internet and refresh this page.
If that doesn’t work, contact us.

Hangbak
ART GALLERY

서예가 항백의 아트갤러리입니다

202, 147-11, Yangjaecheon-ro, Seocho-gu, Seoul, Republic of Korea (06746)

parkhangbak@gmail.com

Tel: 82-10-8774-3369

© 2025 by Nahee Kim.

Power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