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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추사

Monthly Chusa

2025.12 제 4호

 

​월간추사 2025.12_제 4호 항백 박덕준 월간추사

항백 박덕준  월간추사www.hangb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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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境則 詩境耳”
(서경은 시경과 같은 것이다)

서예를 하는 것이 이미 있는 글자를 쓰는 것이라면, 
누군가 지은 시문을 적는 것이라면, 나는 무엇을 창작하는 것인가? 
書境은 글자와 글자 사이, 시문과 시문 사이에 있는 서법의 최종 착작물이다.  

- 추사어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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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추사  2025. 12  |  제 4호

CONTENTS

  • 초서에 원리가 있다.

- 至(지)에 담긴 초서 코드 (네번째)

≪초서에 원리가 있다≫첫 번째 주제는 <至에 담긴 초서 코드>를 통하여 문자변화에 대한 진간(秦簡)의 성격을 살펴보는 일이다.  
통일 진 이후 문자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필자는 이를 다섯 시기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제1시기에 해당하는 진간의 변화는 짧은 통일 진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자 생략의 원리와 방향을 확고하게 설정하고 있다. 그후 한나라에서 생략 3패턴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통일 진 시기에 마련된 견고한 기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 至에 담겨진 초서 코드 3 영문초록(Abstract)

  • 이달의기사

  • 이달의 작품

  • 서보(書譜)읽기

- 세필로 다시 쓴 서보 8, 9, 10번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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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생략과 초서의 형성
① 事(일 사)의 초서는 왜 행서와 다른가? - 지난호 ① 에 이어 지는 내용

② 來(올래) 초서 자형의 정체 
그동안 초서 來 자형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였다. 
한간의 來를 확인하면서 일정 부분 실마리를 얻었지만, 
한간의 형태 역시 어떻게 그런 구조가 되었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소전 來         진간 來         한간 來         초서 來

이 의문을 풀어준 결정적 자료가 바로 진간 來다. 
진간의 자형을 소전의 來와 비교하면 구조 변화가 분명해진다.
소전에서는 가운데의 두 개 人을 배치하고 있으나 
진간 단계에서는 좌우에 각각 人의 획 하나를 버리고 하나씩만 남겼다. 
즉, 진간의 來는 ‘일부 버리기’에 의해 단순화된 형태였다.
한간의 來는 여기에서 우측 획을 한 번 더 버린 결과이며, 
초서의 來는 한간의 자형을 연결하여 얻어진 형태다.

결국 한말에 완성된 초서 來는 진간 단계에서 
이미 이루어진 조기 생략을 기반으로 형성된 문자이며, 
이 변화의 긴 흐름을 생략의 세 가지 패턴으로 요약하면 
‘버리기 – 버리기 – 연결’의 순서를 따른다.

- 진간(秦簡)
진나라 시기 사용된 문자의 출토자료(리야진간, 수호지 진간등)

- 한간(漢簡) 
한나라 시기 사용된 문자의 출토자료(마왕퇴 백죽서, 거연한간등)

- 생략의 3가지 패턴 
①새로운 연결, 
②일부 버리기, 
③반복


- 진간 來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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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券의 초서 비밀 
소전의 券은 상부의 十과 네 점, 그 아래의 두 손(廾), 
그리고 力으로 이루어진 문자다.

 

 


소전 券           상부        두 손        힘 력 


 


진간 券           상부        두 손      힘 력            초서 券

진간에 이르면 구조가 단순해진다. 상부는 변형되었지만, 두 손과 力은 소전과 거의 동일하게 유지된다. 즉, 변화의 지점은 상부에 집중되어 있다.

상부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소전에서 보이던 十과 네 점 가운데 가로선을 기준으로 상·하부가 반복된 구조로 이해되며, 이때 하부는 ‘중복된 부분’으로 간주되어 생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항백 초서원리에서 말하는 중복의 경우 버린다는 규칙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이처럼 한말에 정착된 초서 券은 이미 ‘통일 진 시기(진간)’에서 생략으로 자형이 결정된 유형에 속한다. 다시 말해, 초서 券의 자형은 진간 단계에서 미리 구조가 정해졌고, 초서는 그 생략된 형태를 이어받아 연결한 결과다.  

생략의 세 가지 패턴은 진(秦) 이후 한나라까지 지속된다. ‘새로운 연결’과 ‘일부 버리기’라는 생략은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 단순한 작용이 반복되면서 문자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 진간 券상부의 생략

 

 


- 두손을 상형한 소전 형태는 진간으로 직선화 생략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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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반복이란, 일부를 버린 형태에서 다시 일부를 버리거나, 그 위에서 새로운 연결이 생성되는 연속적 과정을 의미한다.

문자 변화는 진간과 한나라 사이에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한나라 시기의 변화는 진간에서 형성된 생략 3패턴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흐름이 있는 동시에, 급격한 생략에 대한 반발적 움직임 같은 반작용도 병존한다.

반면, 진간의 변화는 짧은 통일 진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자 생략의 원리와 방향을 확고하게 설정한 시기였다. 한나라에서 생략 3패턴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통일 진 시기에 마련된 견고한 기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 문자 변화의 5시기 구분 

통일 진 이후 문자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필자는 이를 다섯 시기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이 구분은 생략 3패턴이 언제 어떻게 작동했고, 각 시기마다 변화의 성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문자 변화 5시기>

제1시기 — 통일 진(秦)
                ┗ 통일 진 시기, 문자 생략 원리가 본격적으로 확립된 단계
제2시기 — 전한 초기
                ┗ 전한 건국 ~ 소제(昭帝, BC 87)
제3시기 — 전·후한 약 150년 기간
                ┗ 전한 소제 ~ 후한 장제(章帝, AD 88)
제4시기 — 후한 말기
                ┗ 후한 장제 ~ 한 말(AD 220)
제5시기 — 한말 이후 ~ 위진, 당대에 이르기까지
                ┗ 초서, 예서 정착 이후의 변화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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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시기 — 통일 진(秦)
통일 진의 시작부터 진나라 멸망까지의 시기다. 
이 시기는 문자 변화의 기틀을 확고히 마련한 단계로, 이후 한나라에서 이어지는 변화가 가능해진 근본적 기반을 제공했다. 초서 형성의 핵심인 초기 생략과 단순화의 실마리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소전(小篆)외에 주요 출토 자료로는 《리야진간(里耶秦簡)》, 《수호지 진간(睡虎地秦簡)》 등이 있다.

제2시기 — 전한 초기
한나라 건국부터 전한 소제(昭帝, BC 87) 전후까지의 시기다. 
통일 진에서 마련된 변화의 방향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정부 주도로 혁신이 빠르게 추진되던 시기였다. 문자 생략과 정리 작업도 이 기조 속에서 가속화되었다.
주요 출토 자료로는 《마왕퇴 죽백서(馬王堆 竹帛書)》 등이 있다.

제3시기 — 전·후한 150년 기간
전한 소제(昭帝, BC 87~74) 시대부터 후한 초기 장제(章帝, AD 88) 전후까지 약 150년 기간에 해당하는 시기다. 
이 기간의 문자 자료는 목간을 중심으로 대량 출토되었으며, 특히 초서 목간이 예서보다 더 이른 시기에 사용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이 시기는 자유로운 생략을 기반으로 한 문자 혁신이 가장 급격하게 진행된 절정기이며, 초서와 예서가 각각 독자적인 문자 형태로 자리매김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출토 자료로는 《거연한간(居延漢簡)》, 《무위한간(武威漢簡)》 등이 있다.

제4시기 — 후한 말
후한 장제(章帝, AD 88) 부터 한나라 말(AD 220)까지의 시기다. 
통일 진에서 시작된 문자 혁신의 긴 흐름이 초서와 예서라는 두 축의 서체로 정착된 시기이기도 하다. 초서는 장제(章帝)시절 두도(杜度)라는 대가의 출현 이후 문자 변화를 주도하던 시기이며, ‘초성(草聖)’이라 불리는 장지(張芝)가 그 뒤를 이어 초서를 완성단계에 올려놓은 시기다.
동시에 이 시기 예서는 ‘한예(漢隷)’라 불리며, 사신비·장천비·희평석경 등 대표적인 한예 비석들이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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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시기 — 한말 이후
한나라 말 이후부터 위진남북조를 거쳐 당대까지의 시기다. 
한말에 초서와 예서가 확립된 뒤에도 문자는 여전히 활발한 변화 과정에 있었다. 진말·한초에 시작된 문자 혁신은 한말에 일단락되었지만, 이는 곧 현대 문자 체계가 출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시기 정리된 문자(초서·예서)는 이후 문자 변화의 발판이 되었으며, 두 가지 주요한 현상이 나타난다.
첫째, 남북조 시기의 정서(正書) 및 다량의 특이문자·이체자 현상이다. 둘째, 당대에 이르러 표준문자인 해서(楷書)가 등장하며 새로운 문자 질서를 확립한 것이다.

- 至의 5시기별 변화 과정

이제 다시 至(이를 지)의 생략 문제로 돌아가, 이 문자의 초서화 과정을 5시기별로 살펴볼 수 있다.

① 제1시기의 至 변화
지금까지 至문자를 다룬 내용은 통일 진, 즉 제1시기에서 일어난 변화에 해당한다. 이 시기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필법의 등장과 이로 인해 진간에서 나타난 필법적 변화 현상이 있다.
둘째, 소전 문자에 남아 있던 상형(象形) 원리가 본격적으로 무시되기 시작했다.
셋째, 이러한 흐름을 기반으로 생략의 세 가지 패턴이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시기이기도 하다.
진간의 至는 바로 이 변화들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자형이다.

  <至의 제1시기 변화 >
 

 

(소전 至)   ➜    (진간 至)

- 정서(正書)
당의 해서(楷書)와 그 이전 위진 남북조 시기 문자를 포함하여 지칭함(필자)
 

- 소전 至에서 진간으로 변화한 부분

 

 

- 진간 至의 구성
(두점+몸통+土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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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제2‧제3시기의 至 변화
至의 2시기는 마왕퇴 문자, 3시기는 거연한간을 통해 그 변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진간에서 보이던 상부의 두 점(··)은 시간이 지나며 가로선으로 변하고, 가운데의 몸통 부분은 2시기에는 口 형태를 거쳐, 3시기에 이르면 우측 꺾쇠로 단순화된다. 마지막 남은 하부 요소는 土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至의 제2, 3시기 변화 >

 


(진간 至)  ➜ (마왕퇴)  ➜ (거연간a)
제1시기        제2시기        제3시기

이 변화를 생략 3패턴으로 보면 그 원리가 더욱 명확해진다.
두 점이 가로선으로 이어지는 변화는 ‘새로운 연결’.
口가 우측 꺾쇠로 줄어드는 변화는 ‘일부 버리기’.
나머지 부분이 土 형태로 변한 것은 좌우 획을 가로선으로 묶는 ‘연결’에 해당한다. 이처럼 제2 · 제3시기의 변화 역시 생략 3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③ 제4시기의 至 변화
口의 생략은 두가지 방식이 있다. 至는 제3시기에 이 두가지 방식이 적용되는데 하나는 초서로, 다른 하나는 예서다. .

                     <제 3시기(좌)에서 제4시기(우)로 변화>

 

 

  (거연a)     ➜    (至초서a)                             (거연a)    ➜     (至초서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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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거연a 에서 보이는 우측 꺾쇠 형태는 口의 좌측 부분을 버린 생략이다. 이 흐름이 이후 초서로 이어지는 계열이 된다.
반면, 동일한 시기의 거연b 는 가로선 아래 좌측 꺾쇠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는 口의 우측 부분을 버린 생략이다. 이 계열은 이후 예서로 연결되는 흐름을 형성한다.

즉, 口 생략은 두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초서로, 다른 하나는 예서로 사용되고 있다. 문자 생략은 소전을 기준으로 볼때 단순화 과정으로 진행되었고 어느 시기 이후 초서, 예서로 분화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④ 손과정 초서 형태
제4시기에 들어 至의 초서는 계속 변화하며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우선 위 (至 초서a)는 口의 우측 꺾쇠 형태를 기반으로 한 초서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거연a 계열의 흐름을 이어받은 것이다.
반면, (至 초서b)는 손과정(孫過庭)이 쓴 至초서다. 口의 좌측 꺾쇠 형태를 사용한 (至 초서b’)를 쓴 형태로 (至 초서a)와 대응 된다. 
이처럼 두 가지 생략 방식(좌측 버리기 / 우측 버리기)은 이후 초서의 실제 사용에서도 두루 병행되며 공존하였다.

  <口 좌측꺽쇠로 쓴 초서>


 


 
 (至초서b)          (至초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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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왕희지의 至 초서
또한 (至 초서 c)는 왕희지가 쓴 자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일반화된 초서다. 앞선 두 계열과는 다른 또 형태를 보여준다. 이 자형은 두 가지 생략 원리를 동시에 사용하여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至 초서 c >의 형성

                            
                                                                                          
                             
                             가로선 중복 생략   
    至초서c                                                  

                                  
                                 土의 생략형

먼저, 상부의 가로선은 본래 두 획이 중복된 구조인데, 여기에서는 그중 하나를 생략하였다. 이는 중복 구조의 버리기에 해당한다. 아래의 土 기호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생략형이 가능한데, (至 초서 c)는 이 중 하나의 형태를 선택하여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至 초서 c)는 
口의 우측 꺾쇠형 생략(제3시기 초서 계열)과
土의 생략형, 상부 가로선의 중복 생략
이 세 요소가 결합되어 나타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마무리 — 至 문자를 통해 본 초서의 성격

지금까지 至 문자의 변화를 5시기별로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초서 형성의 핵심인 3가지 생략 패턴이 각 시기마다 뚜렷하게 나타나며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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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의 변화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가장 큰 구조적 변화의 기반은 
통일 진 시기(제1시기)에 이미 마련되었다는 점.

둘째, 시기별 변화를 단계적으로 정리하면 생략의 원리, 
즉 초서원리가 분명한 체계를 가지고 있음을 밝힐 수 있다는 점.

셋째, 특정 시기의 변화에서는 한 갈래는 초서로, 
다른 갈래는 예서로 분기하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점.

넷째, 제4시기 이후 초서가 완성된 뒤에도 
생략의 3패턴은 멈추지 않고 반복되며 진화하고있다는 점이다.

“초서에 원리가 있다”의 첫 번째 주제인 
<至에 담긴 초서 코드>는 여기서 마친다. 
두 번째 주제는 다음 호에서 이어진다.

 

이 원고 및  출간물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 없이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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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 월간추사 제 3호 : 至에 담겨진 초서 코드 3 영문초록(Abstract)

Concise Summary — The Cursive Code Hidden in 至 (Part 3)

During the Qin unification, the Qin-slip script evolved rapidly, but its significance lies not in speed, but in the manner of reduction. Although the changes appear complex, they follow three consistent patterns:
(1) new connections, (2) partial omission, and (3) repetition.

These simple mechanisms, accumulated over time, drove the transformation of characters into early cursive forms.
Characters such as 手, 年, and 五 demonstrate this clearly. Separate points and strokes become linked, duplicated elements are removed, and the structure grows increasingly efficient. The goal was never to preserve the original shape, but to determine what to discard and how to reconnect. In cases like 之, numerous connection experiments eventually converged into the simplest and most stable form, which later became the standard in clerical script.

Early omission was not a mere simplification; it defined the identity of certain characters at an early stage. The difference between the cursive 事 and its semi-cursive counterpart illustrates this. Cursive 事 descends from an early Qin omission, whereas semi-cursive 事 derives from the later Han clerical form. The two lineages are structurally distinct, showing that cursive script was not a later abbreviation, but an independent system born directly from Qin-era innovations.

In the end, the seemingly diverse transformations after the Qin unify under the same principle: the persistent operation of the three omission patterns. And it is this early, structural reduction that formed the essential foundation of cursive script.
(To be continued next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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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추사  제 4호
이달의 기사

추사박물관 학술세미나에서 항백,

    추사 김정희 서론 
— 필묵의 표현을 중심으로 발표


지난 2025년 10월 29일, 과천 추사박물관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서예가이자 서법연구가 *항백(恒白, 박덕준)은 「추사 김정희 서론 — 필묵의 표현을 중심으로」를 발표하며 추사 서법의 형성과 필묵 표현 원리를 현대적으로 재정리했다.

발표에서 항백은 추사가 청대 신서법 사조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서법 원조의 고전주의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서풍을 구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복고주의에 치우쳤던 조선 서법과는 다른 지향으로, 추사의 창신적 면모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다.

항백은 이어 추사 서법의 핵심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기세와 운(韻)을 기본 구조로 삼는 고전주의의 확장.
둘째, ‘세 가지 선긋기’로 요약되는 새로운 개념 필법운용.
셋째, 한지에 최적화된 극농후(極濃厚) 묵법의 활용.
이 세 요소가 결합하여 추사는 기존 서법 체계를 넘어선 새로운 표현 언어를 구축했다는 것이 항백의 분석이다.

이번 발표는 추사를 문헌 중심이 아닌 필묵 표현 논리로 해석한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해당 논문은 12월 발행될 추사박물관 학술총서에 전편 수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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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간도(天干圖)3      
(96×67cm, 한지 송연먹, 2025)

고대문자 천간(天干) 10글자를 좌에서 우로 일렬로 배열한 「천간도 3」은 문자와 조형의 경계를 허물며 붓질의 힘과 구조적 리듬을 전면에 드러낸다. 전통 서예의 규범에서 벗어나 굵직한 획과 응축된 형상은 필선의 굴곡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음악성과도 같다. 작가는 기호로서의 한자를 해체하며, 시간의 질서와 운율을 하나의 평면 안에 압축시킨다. 이로써 글자는 읽히기보다 ‘느껴지는’ 대상으로 재탄생한다.
(10천간 : 甲 乙 丙 丁 戊 己 庚 辛 壬 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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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書譜) 읽기


연재를 하며..

서보(書譜)는 당나라 손과정이 남긴 서법 이론서입니다. 
3,700여 자로 쓰였으며 전편이 초서로 기록되어 왕희지 시기의 초서를 잘 보여줍니다. 또한 시적인 문장 덕분에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책이기도 합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이 책이 담고 있는 서법의 개념입니다. 
한말·위진 이후 당대까지의 짧은 시기 기록이지만, 초기 서법 이론이기 때문에 이후 조맹부의 서법이나 조선의 주류 서법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며 오히려 추사 서법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됩니다.

서법 이론의 깊은 의미와 깨달음은 독자에게 맡기고 이번 연재에서는 자구(字句)를 하나씩 짚어 읽어 가며 20여 년 전의 독서를 다시 정리 합니다. 필자의 세필로 다시 쓰여진 서보 작품으로 월간추사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서예가  항백 박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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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雖書契之作 適以記言而 淳醨一遷 
   質文三變 馳騖沿革 物理常然

    비록 글자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말을 기록하기에 적합한 것이었으나, 순후한 풍속과 
   경박한 풍속이 한번 바뀌고 질박함과 화려함이 세번 변하는 사이 이리저리 내달려 바뀌
   어온 내력이 그렇듯이 만물의 이치는 항상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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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貴能古不乖時 今不同弊 
   所謂 文質彬彬 然後君子

    옛것을 배우되 시대에 어긋나지 않고, 현대적이라 하더라도 폐단에 이르지 않을 것을 
   귀하게 여긴다. 소위 문(文)과 질(質)이 빈빈(彬彬)한 후에 군자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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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何必易雕宮於穴處 
     反玉輅於椎輪者乎

     어찌 꼭 아름다운 궁전을 움집으로 바꾸고 천자의 (화려한) 수레를 보잘 것 없는 수레로
    바꾸려 하는가. (연미한 것을 질박함으로 구태여 바꿀 필요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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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추사  2025. 12  |  제 4호

저자,발행 : 항백 박 덕 준  hangbak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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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디자인 : 월간추사 편집부 / Art Director 김 나 희

이 원고 및  출간물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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