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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추사

Monthly Chusa

2025.11 제 3호

 

​월간추사 2025.11_제 3호 항백 박덕준 월간추사

항백 박덕준  월간추사www.hangb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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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勢出於勁利 韻取於虛和” 
(기세는 굳세고 예리한 필획에서 나오고, 운은 빈곳에서 기세들의 울림으로 취한다.)
- 기세와 운은 추사서법의 중심 논리다. 스스로 정의한 기세와 운이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이다.

- 추사어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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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추사  2025. 11  |  제 3호

CONTENTS

  • 초서에 원리가 있다.

- 至(지)에 담긴 초서 코드 (세번째)

진간의 생략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그 패턴은 새로운 문자 질서를 이해하는 핵심 단서가 된다.
필자의 세가지 생략 패턴을 소개한다.
‘생략’은 단순한 축약이 아니라,
문자가 초서로 변해가는 초서화의 과정이었다.

  • 至에 담겨진 초서 코드 2 영문초록(Abstract)

  • 이달의 작품

  • 서보(書譜)읽기

- 세필로 다시 쓴 서보 6.7번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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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지)에 담긴 초서 코드 (세번째)  항백 박덕준 서예가

- 생략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

통일 진의 진간(秦簡) 문자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속도보다 더 주목할 점은 변화의 양상이다.
그 변화는 낯설고 복잡하며, 기존 질서와 다르다.
그럼에도 어디에나 나름의 질서는 있다.

진간 문자 변화의 방향은 ‘생략’이다.
생략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그 패턴은 새로운 문자 질서를 이해하는 핵심 단서가 된다.

필자가 정리한 생략의 기본 패턴은 세 가지다.
① 새로운 연결, ② 일부 버리기, ③ 반복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략’은 단순한 축약이 아니라
위 세 가지 현상, 즉 새롭게 연결되거나 일부가 버려지는 과정을 뜻한다. 
곧, 이러한 생략은 문자가 초서로 변해가는 초서화의 과정이었다.

⓵ 手(손 수)에서의 생략
가장 전형적인 생략은 전혀 새로운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두 점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그렇다. 
그 두 점이 이전에 어떤 구조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현재 상태가 ‘점 두 개’라는 사실이다.

선이 짧아져 점이 된 경우(手) 또는 앞서 살펴본 至에서처럼 
화살의 꼬리 부분이 분리되어 점이 된 경우 등 
어떤 경우든 두 점이 존재하면 그것은 곧 연결된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연결’의 첫 번째 사례,
그리고 생략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월간추사 제 2호 참고)

진예 (秦隷) : 통일 진나라 문자(예서), 진서 8체에 속한다.

진간(秦簡) : 출토된 진나라 문자다. 리야진간, 수호지진간등이 있다.

소전(小篆) : 통일 진나라 문자(전서)

금문(金文) : 전국시대 이전 문자, 대전(大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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⓶ 年(해 년)에서의 생략
소전의 年은 禾(벼 화)와 千(사람 인형)이 결합된 구조이다. 
진간에서는 이 상하부가 하나의 몸체로 연결된다.
‘새로운 연결’이다.

  소전 年       진간 年(a)      진간 年(b)        초서 年

그러나 진간 年(a)은 한 번의 생략에서 멈추지 않는다.
좌우 점이 다시 선으로 연결되는 ‘반복’이 일어나고(진간 年b),
가로획 네 개는 세 개로 줄어들며 ‘일부 버리기’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오늘날의 초서 年이 형성되었다.

진간 年 자의 변화는 
<새로운 연결 → 반복 → 일부 버리기> 의 세 단계를 모두 거치며 
초서화 과정의 생략 패턴을 모두 보여준다.

⓷ 五(다섯 오)에서의 생략
소전 五는 상하 두 가로획 사이에 좌우 사선을 긋는 구조였다. 
그러나 진간 五에서는 상부 가로획을 그은 뒤 
좌측 사선과 하부 가로획으로 즉시 연결한다. 
세 획이 한 번의 붓 움직임으로 이어진 형태다.

    
   소전 五            진간 五           초서 五

획의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분리되어 있던 획들이 하나로 이어지며
‘새로운 연결’의 패턴이 형성된 대표적 사례이다.

예서(隸書) : 예서는 진나라 예서(진예)가 있고 한나라 예서(한예)가 있다. 진예는 소전과 동시대 문자로 현대문자의 출발이된 문자이며, 한예는 초서와 함께 현대문자로 완성이된 서체를 말한다. 5서쳬의 예서는 후자다. 

행서(行書) : 경쾌한 걸음을 걷는 듯한 느낌으로 쓴 서체로 일상의 필사에 흔히 사용된 서체.

해서(楷書) : 楷(해)는 법, '표준'이라는 뜻. 위진시기를 지나 당(唐)대에 완성 당시의 표준문자.

 

<초서등 현대문자 至의 시작은 소전이 아니라 진간이다>

<현대문자>

현대문자(초서, 예서, 행서, 해서)는 소전이 아니라 진간으로부터 직접 이어진다. 소전과 진간의 차이는 상형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상형을 무시하느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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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이 진간의 五 자형은 이후 거의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초서로 이어졌다.
이 경우 생략의 핵심은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붓의 동작이 세 번에서 한 번으로 단축된 데 있었다.

⓸ 之(갈 지)에서의 생략
소전 之는 세로획과 좌우 곡선, 하부 가로획으로 구성된다. 
(a)는 새로운 필법에 의해 성기게 처리된 상태(진간의 필법현상)이고, 
이후 진간에서는 다양한 연결 실험이 이루어진다.
(b)형은 세로선과 가로선을 직접 연결하고,
(c)형은 점을 사선으로 이어 가로선과 결합하며,
(d)형은 점과 점, 선이 반복 연결되어 복합 구조를 만든다.
 

한 자형 안에서 여러 방향의 연속 연결 실험이 이루어졌으며, 
당시 진간 문자에서 이러한 ‘새로운 연결’ 방식은 매우 자유로웠다. 어디를 연결하든 일정한 제약이 없었고, 
그 실험 자체가 곧 새로운 문자 질서의 탐색 과정이었다.

이 세 가지 타입은 결국 진간 之(c) 형태로 정리되어
후대 예서의 之 자형으로 굳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복잡한 실험적 연결이 반복된 끝에
여러 형태 가운데 가장 단순하고 안정된 구조가 공통된 기준
(사회적 합의?)으로 채택된 것이다.

⓹ 書(글 서)에서의 생략
소전 書는 聿(붓 율) 과 者(놈 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진간 書에서는 者의 일부가 과감히 생략된다. 
이는 ‘일부 버리기’의 대표적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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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생략은 기존 구조의 완결성을 유지하려 하기보다,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그대로 버리는 방식이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書 자형은 진간 書에서 者의 日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버린 형태이다.
즉, 진간에서 시작된 ‘일부 버리기’가 반복의 과정을 거치며 
초서와 예서로 발전한 것이다.

초서 단계에 이르면 聿의 중복된 가로획이 대폭 간략화되고, 
日은 口의 생략형 좌측꺾쇠로 남아 오늘날의 초서 書로 이어진다.
(한간초서 書) 사진의 진간 書는 이러한 초기 생략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 초기 생략과 초서의 형성

초기의 생략은 소전의 복잡한 자형에서
일부 획이 줄어드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른 시기의 생략이
그 문자의 성격을 조기에 결정지은 경우가 있다.

이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초기의 생략이 단순한 형식 변화에 그치지 않고
결과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된 문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⓵ 事(일 사)의 초서는 왜 행서와 다른가

좌측 꺾쇠,우측꺾쇠

口의 생략형 기호. 두 개획으로 쓴 口는 우측 획을 버리고 좌측을 남기면 좌측 꺾쇠, 반대는 우측꺾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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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와 행서의 형태가 뚜렷이 다른 자형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事이다.

진간 事(a)는 세로획을 먼저 긋는 구조이고,
진간 事(b)는 세로획을 마지막에 긋는 구조이다.
초서 자형은 진간 事(b)에서 비롯되었다.

  진간 事(a)              진간 事(b)

진간에서 상부 口는 우측꺾쇠로 단축되며,
가로획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윗부분이 버려진다.
이로써 口의 생략형 꺾쇠만 남게 되었고,
그 자형이 초서의 근간이 되었다.

행서의 事는 한말의 예서 자형에서 비롯되므로
진간 시기의 조기 생략을 기반으로 한 초서의 事와
구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요약하자면,
事 자의 초서는 이른 시기(진간) 생략의 결과로 결정된 문자이다. 
이는 초서가 한말 이후의 예서 또는 행서의 변형이 아니라, 
진간의 문자 변화 시기로부터 시작된 별도의 계보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초서의 독립적 계보는 年이나 五의 변화에서도 이미 확인되듯 초서가 후대의 약자 체계가 아닌 진간의 새로운 문자 질서에서 직접 태어난 체계임을 말해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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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of the Ongoing Series : 
There Is a Principle in Cursive Script (Core Theoretical Overview)

This essay argues that the formation of Cursive Script (草書) was not a product of mere rapid writing, but rather an inevitable structural transformation in the history of Chinese characters—driven by two fundamental forces: the symbolization of writing and the emergence of new brush techniques during the Qin dynasty.


1. Symbolization and New Brush Methods as the Dual Forces of Change
The great transformation of the Qin (秦, 221–206 BCE) writing system marked the structural starting point of cursive script and laid the foundation for later script types—clerical, regular, semi-cursive, and cursive.

Two direct causes made this possible:

a. The decomposition of pictographs and their conversion into symbols.
The traditional pictorial forms of characters were dismantled and restructured as abstract graphic signs (記號). This shift from pictographic meaning to symbolic representation—from depiction to abbreviation—became the essential groundwork for the emergence of cursive script.

b. The appearance of new brush techniques.
As written communication expanded and greater speed and fluidity were required, new modes of brush movement developed. The Qin bamboo slips (秦簡) display this for the first time, revealing how an innovative brush technique acted as a direct driving force in the evolution of character fo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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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e Role of Brush Technique and Its Relation to Form
The second part of this installment explains how these new brush techniques became the immediate cause of morphological transformation.

A. The decisive turning point — the “90-degree stroke” in the Qin slips.
Brushwork history can be divided into three stages:
The “forward-direction stroke” of the Small Seal Script (小篆).
The “90-degree stroke technique” first appearing in the Qin slips, marking the second great shift in brush history.

Later, the “45-degree stroke technique” of the Tang, which shaped the Regular Script.
The 90-degree method, verified in surviving ink manuscripts, produced thick, forceful strokes but loosened the connections between them. This introduced a completely new visual rhythm to writing.

B. The relationship between brush technique and graphic transformation — the “Qin-slip phenomenon.”
This new 90-degree technique directly affected the structure of characters, generating three distinctive phenomena:

• Curves became straight lines.
• Connections grew sparse and simplified.
• Strokes were shortened and compressed.
These shifts radically altered character morphology, proving that the cursive script’s essence lay in simplification and ease (簡易之志)—not as stylistic improvisation, but as the structural outcome of the Qin’s new brush method and the symbolic re-creation of writing it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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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간도 曲 곡  _  Heavenly Stem Diagram 曲  (67×96 한지 송연먹, 2025)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하늘과 땅, 인간과 사물의 운행 질서를 담고 있는 구조체이며 문자 이전의 문자의 지위에 있다. 시간의 단위인 천간을 조형화하여 갑골문자 曲의 형태를 구성하였다. ‘문자 이전의 문자’를 모티브로 기호를 순수 조형으로 환원하고, 고대 시간 개념과 현대 추상 사이의 긴밀한 대화를 시도하는 작업. (曲은 노래, 굽다. 굽이굽이, 지극하다, 정성을 다하다 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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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書譜) 읽기


연재를 하며..

서보(書譜)는 당나라 손과정이 남긴 서법 이론서입니다. 
3,700여 자로 쓰였으며 전편이 초서로 기록되어 왕희지 시기의 초서를 잘 보여줍니다. 또한 시적인 문장 덕분에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책이기도 합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이 책이 담고 있는 서법의 개념입니다. 
한말·위진 이후 당대까지의 짧은 시기 기록이지만, 초기 서법 이론이기 때문에 이후 조맹부의 서법이나 조선의 주류 서법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며 오히려 추사 서법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됩니다.

서법 이론의 깊은 의미와 깨달음은 독자에게 맡기고 이번 연재에서는 자구(字句)를 하나씩 짚어 읽어 가며 20여 년 전의 독서를 다시 정리 합니다. 필자의 세필로 다시 쓰여진 서보 작품으로 월간추사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서예가  항백 박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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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評者云 彼之四賢 古今特絶而 今不逮古 古質而今姸

   평자가 말하기를 “그 四賢은 古今에 가장 뛰어났다. 그러나 오늘날(二王의 글씨)은     옛것(鍾張)에 미치지 못한다. 옛것은 質朴하나 오늘날은 姸美하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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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夫質以代興 姸因俗易

   무릇 質朴함은 시대를 번갈아가며 나타나고(시간적 차이), 
  姸美함은 風俗으로 인하여 바뀌는 것이다(지역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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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Chusa

월간추사  2025. 11  |  제 3호

저자,발행 : 항백 박 덕 준  hangbak park

Email Address : parkhangbak@gmail.com

Web site : www.hangbak.com

편집 디자인 : 월간추사 편집부 / Art Director 김 나 희

이 원고 및  출간물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 없이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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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항백의 아트갤러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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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hangbak@gmail.com

Tel: 82-10-8774-3369

© 2025 by Nahe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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