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추사
Monthly Chusa
2026. 07 제 11호

CONTENTS
추사어록
외기(外氣)를 다루었다.
추사가 말한 '접상체하(接上遞下)·착종영대(錯綜映帶)'를 통해
글자 밖에서 형성되는 기세의 구조를 살펴보았다.
특집
최근 제기된 〈불이선란도〉 화제 문자 판독에 대하여
설문해자와 중문대사전 등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해석을 검토하였다.
판단의 기록
「판단의 기록(5)- 판단은 어떻게 기록 되는가?」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이루어지는 다양한 판단의 과정을 살펴보고,
추사 서법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판단구조를 제시하였다.
초서원리
「항백 초서원리 4 — 貝의 생략(2)」
貝의 생략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필법 변화 새로운 연결 일부 버리기>의 구조로 정리하였다.
이달의 작품 <먼 시절의 장면들-마차>
문자가 되기 이전의 장면을 상상하는 작업으로, 문자 이후를 다루는 〈문자도〉와 서로 대응하는 시리즈이다.
서보(書譜)읽기
서보읽기(11) - 세필로 다시 쓴 서보 35~38번 문장
손과정이 말한 서법의 깊은 뜻을 기세 중심의 관점에서 번역하고 해석하였다.
영문초록(Abstract)

추사어록
接上遞下。錯綜映帶 (접상체하 착종영대)
“위와 아래는 서로 이어지고, 좌와 우는 서로 얽히고 설킨다..”(『완당선생전집』 권8)
접상체하는 상하 관계를 말하고, 착종영대는 좌우 관계를 말한다. 추사는 이를 외기(外氣)라 하였다. 내기가 한 글자 안에서 형성되는 기세라면, 외기는 글자 밖에서 형성되는 기세이다.

추사 《불이선란도》 화제의 한 글자
- 왜 客이 아니라 인가
십여 년 전 모 월간지에 《불이선란도》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法과 法外의 길목, 불이선」(2016)이라는 제목의 글인데, 당시 화제(畵題)에 쓰인 한 글자의 판독을 기존 해석과 다르게 보았다.
기존에는 이 부분을 “仙客老人”으로 읽어 왔으나,
필자는 “仙 老人”으로 판독하였다.
오래전 발표한 내용이지만 문자적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듯하여 간략히 보충하고자 한다.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 (金正喜 筆 不二禪蘭圖) _ 국립중앙박물관

문제는 두 번째 글자다.
판독자료(필자)
판독의 핵심은 상부 형태에 있다. 이 부분을 갓머리(宀)로 보면 ‘客’이 되지만, 필자는 이를 비 우(雨)의 생략형으로 본다. 따라서 이 글자는 ‘客’이 아니라 ‘雨 아래 各’으로 이루어진 문자이며, 음은 ‘락’으로 읽는다.
편방은 독립적으로 변천한다.
문자를 구성하는 각 부분은 전체 글자와 무관하게 저마다의 변천 과정을 가진다. 따라서 문자 판독에서는 글자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기보다 각 편방의 변화를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글자는 상부와 하부로 구성되어 있다. 하부는 명확하게 ‘各’이며, 쟁점은 상부가 무엇인가에 있다.
필자는 이 상부를 ‘雨’의 생략형으로 본다.
: 雨 생략형
왜 '雨'인가
본문에 쓰인 형태는 비 우(雨)의 생략형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략형이란 소전(小篆)에서 예서와 초서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자 형태를 말한다.
비 우(雨)는 예서에서 내부의 네 점을 두 개의 가로선으로 바꾸어 쓴다.
이는 「항백 초서원리 ① - 두 점은 선으로 연결된다」에서 설명한 문자 변천의 기본 원리와 같다.

雲 예서 露 예서
雲과 露를 비롯하여 雨를 포함하는 문자들은 모두 같은 변천 과정을 따른다. 중요한 점은 이 변화가 특정 문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雨는 어느 글자 속에 들어가든 동일한 방식으로 변화한다.
즉 문자의 편방은 전체 글자와 무관하게 독립적인 변천 논리를 가진다.
또한 두 개의 가로선은 다시 하나로 줄어들기도 한다. 이는 중복된 요소를 생략하는
「항백 초서원리 ⑤ - 중복되면 하나를 버린다」의 사례로 볼 수 있다.
雨 변화
설문과 사전의 기록
이 글자는 《설문해자》에도 수록되어 있다.
설문 전문

또한 중문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音은 洛, 樂이다.
雨落也. 與落通.“
즉 ‘비가 내리다’라는 뜻이며, 落과 통용된다.
음은 ‘락’으로 읽는다.
仙客老人이 아니라 仙 老人
이상의 근거를 종합하면 화제에 쓰인 글자는 ‘仙客老人’이 아니라 ‘仙 老人’으로 읽어야 한다. 물론 이 글자는 落과 완전히 같은 글자는 아니다.
두 글자는 훈과 음이 가깝지만 의미의 범위에는 차이가 있다.
落이 일반적인 ‘떨어지다’의 뜻이라면, 여기서의 ‘락’은 ‘비가 내리다’라는 특수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仙落老人’으로 바꾸어 쓰기보다 원래 글자의 의미를 살려 ‘仙 老人’으로 표기하는 것이 적절하다.
추사는 화제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只可有一 不可有二
“이 그림은 한 번은 가능하지만 두 번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뒤에 스스로를 ‘仙 老人’이라 칭하였다.
직역하면 ‘선계에서 내려온 노인’ 정도의 의미다.
이는 단순한 낙관이나 자호 이상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추사는 자신이 그린 《불이선란도》를 다시 재현할 수 없는 경지의 작업으로 인식하였고
그 상태를 ‘仙 老人’이라는 표현에 담아낸 것으로 읽힌다.
문자 하나의 판독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문자 변천의 원리와 추사의 예술 인식이 함께 숨어 있다.
최근 이 글자를 다른 문자로 해석하는 견해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문제의 글자는 이미 『설문해자』에 수록되어 있으며, 『중문대사전』에는 음과 뜻이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독립된 문자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판단의 기록
판단의 기록(5) - 판단은 어떻게 기록되는가
수중지죽, 순간의 판단
하나의 작품은 시작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그동안 결정해야 할 판단의 순간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판단의 기록은 이 가운데 예술적 표현을 위한 중요한 판단의 순간을 기록하는 일이다.
서법 작품은 시작에서 마침까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에서 음악의 연주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악보가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사전 설계가 없고 시간적 제한이 있다는 점은 서법의 독특한 특징이다.
이 때문에 작품 진행이란 매 순간마다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판단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서법 작업에서 이러한 판단의 과정은 특별하다. 그 판단은 대부분 일반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다르게 진행된다. 직관적이고 순간적인 결정이다. 그렇다고 논리적 과정이 아닌 것도 아니다. 오히려 통찰의 단계를 실현할 수 있는 고차원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청나라의 서화가 정판교(鄭板橋, 1693~1765)는 묵죽을 그리는 과정을 세 단계로 설명하였다. 첫째는 눈앞에 있는 대나무를 그리는 안중지죽(眼中之竹), 둘째는 가슴에 담긴 대나무를 그리는 흉중지죽(胸中之竹), 셋째는 붓을 들어 펼친 종이 위에 올리는 순간 직관에 따라 그리는 수중지죽(手中之竹)이다.
실경을 그리는 단계, 가슴에 남은 이미지를 그리는 단계를 지나 마지막에는 순간의 판단에 따라 작업이 진행된다. 정판교가 말한 수중지죽은 단순히 대나무를 그리는 기술이 아니라 판단의 구조에 관한 이야기다.
추사가 정판교의 묵죽을 높이 평가한 이유 또한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은 흉중지죽, 즉 가슴에 담긴 이미지를 다시 꺼내어 그린다는 개념이 많이 강조되었다. 반면 수중지죽은 작업이 진행되는 순간의 판단에 주목한다. 이 단계의 묵죽 그리기는 통상의 그림 작업이 아니라 서법 그 자체에 가깝다. 작업을 이끄는 판단구조는 문자 작업과 다르지 않다. 달라진 것은 문자 대신 댓잎이 놓였다는 점뿐이다.
그렇다면 서법 작업에서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형태가 아니라 기세
가장 큰 분기점은 형태(조형)로 볼 것인가, 아니면 기세로 볼 것인가에 있다.
문자를 하나의 형태(결자)로 보는 경우 문자 형태가 판단 기준이 된다.
반면 기세를 중심으로 보는 경우에는 문자 자체보다 필획 사이의 관계와 흐름이 중요해진다. 기세는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판단의 출발점이다.
추사 서법의 특별함도 여기에 있다. 형태가 아니라 기세를 중심으로 본다는 점이다. 형태는 판단의 결과로 나타난 모습일 뿐, 판단의 목적이 아니다. 세간에서 추사의 글씨를 두고 '괴하다'고 말하는 것은 결과로 나타난 형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추사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 판단한 것이 아니다. 기세를 판단하였고, 그 결과 예상하지 못한 형태가 나타난 것이다. 판단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괴하다는 그 형태만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추사 서법의 판단구조 중심에는 기세와 운(韻)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부분은 필자가 2025년 추사박물관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한 「추사 김정희 서론」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었다. 여기서는 그 형식만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관계설정 → 공간설정 → 기세 판단 → 운 실현
추사 서법은 대체로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별도의 연구에 맡기고, 여기서는 이러한 판단구조가 실제 작품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관심을 두고자 한다.
판단은 어떻게 기록되는가
문제는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실제 작업 속에서 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개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작품 속에서 교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판단의 기록」이다.

판단의 기록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판단 사실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기본 구조는 동일하다. 그러나 그 구조가 실제 작품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작품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동일한 판단구조가 실행되는 다양한 사례를 기록해 보고자 한다.
그러나 하나의 작품을 진행하는 동안 기록해야 할 판단은 생각보다 많다. 모든 판단을 기록하려 하면 지나치게 복잡해진다. 그래서 중요한 판단기점에 집중하는 방식을 생각하게 되었다.
작품 전체를 설명하기보다 작품 속 특정한 판단의 순간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호에 소개한 「명선(茗禪)」을 하나의 사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1. 왜 명선(茗禪) 두 글자를 선택하였는가.
2. 작품의 크기와 세로 쓰기를 왜 결정하였는가.
3. 왜 백석신군비의 필의를 선택하였는가.
4. 두 글자를 한 화면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5. 실제 진행 과정에서 어떤 판단이 이루어졌는가.
6. 가장자리 공간은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7. 최종 결과물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나의 작품 안에도 이처럼 여러 판단기점이 존재한다.
앞으로의 판단의 기록은 이러한 지점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그동안의 서법은 대체로 형태 중심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만큼 기세 중심의 서법은 잊혀져 왔다. 철저히 기세 중심으로 진행된 추사 서법은 오늘날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 되었다.
필자가 지금까지 탐구해 온 서법 역시 형태 중심이 아니라 기세 중심의 서법이다. 만약 나 또한 형태를 중심으로 보았다면 지금까지 추사를 탐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추사를 이해하는 이유는 추사 또한 기세를 중심으로 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세 중심 서법의 실제 작업 과정을 기록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판단의 기록」은 그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남기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초서에 원리가 있다
항백 [초서원리 4] - 貝의 생략(2)
2. 貝 생략의 진행 과정
앞에서 賞·積 등의 초서 사례를 살펴보았다.
사례를 통해 貝에는 두 가지 생략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는 좌측 버리기이고, 다른 하나는 우측 버리기이다.
이제 貝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그 진행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貝의 생략은 어느 한 획을 갑자기 없애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좌측 버리기와 우측 버리기 역시 몇 단계 변화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
기준 시점은 진나라 문자 소전이다.
진말 이후 貝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정리할 수 있다.
필법 변화 → 연결 → 버리기
이는 진말 이후 문자 전환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생략 패턴이다.
貝의 경우에도 같은 과정을 따른다.
①필법변화
소전 한간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외곽선의 변화이다.
소전의 貝는 하나의 연속된 외곽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진간 이후에는 외곽이 두 개의 필획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현상은 日의 변화 과정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소전 日의 외곽은 하나의 연속된 선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진간에 이르면 외곽이 두 획으로 성글게 처리되고
한간에서는 그 경향이 더욱 뚜렷해진다.
소전 日 진간 日 한간 日
<日외곽선이 두획으로 처리된 것은 진간에서부터 나타난다.>
이는 필법 변화의 결과이다.
소전 이후 진간 시기에는 기존의 순방향 긋기에서 90도 긋기 방식으로 전환이 일어난다.
이 필법은 속도는 빠르지만 연결 부분이 거칠고 성글게 처리된다.
따라서 외곽선은 하나의 선이 아니라 두 개의 필획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貝 내부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소전의 두 가로획은 정교하게 연결된 선이지만, 진간에 이르면 점처럼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는 이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필법 변화 자체는 아직 형태 변화가 아니다.
그러나 이후 형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은 이미 이 단계에서 마련된다.

② 새로운 연결 (1차 생략)
필법 변화 이후 貝 내부에는 두 점이 나타난다.
이 두 점은 하나의 세로선으로 연결된다.
이는 「항백 초서원리 1」에서 살펴본
‘두 점은 선으로 연결된다’는 원리와 같다.
필법변화와 세로선 연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연결이 실제 자료에서 확인된다는 점이다.
見 자의 경우를 살펴보면, 진간의 見에서는 아직 내부 가로획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제3시기 한간의 見에서는 이 부분이 세로선으로 연결되어 나타난다. 즉 貝 구조 안에서 1차 생략인 ‘연결’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진간 見 한간 見

③버리기
다음 단계는 외곽선의 생략이다.
이미 외곽은 두 개의 필획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두 필획 가운데 하나를 버리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결국 貝는
* 좌측 버리기(우측 필획만 남김)
* 우측 버리기(좌측 필획만 남김)
의 두 가지 방식으로 다시 생략된다.
이 과정은 「항백 초서원리 3」에서 살펴본 口 생략과 동일한 작동 구조이다.
한간 見 자료에서는 이 가운데 좌측 버리기 방식이 실제로 진행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見에서 좌측 버리기 전과 후
貝의 생략은 다음과 같은 세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① 필법 변화 - ② 연결 - ③ 버리기
貝 생략 과정 : ①필법변화 ②연결 ③버리기

출발점은 필법 변화이다.
외곽은 두 개의 필획으로 인식되고, 내부 가로획은 두 점으로 재인식된다.
다음 단계에서는 이 두 점이 하나의 세로선으로 연결된다.
제3시기 한간 見 자료에서는 이러한 연결이 실제로 진행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두 필획으로 인식된 외곽 가운데 하나가 생략된다. 이 과정은 口 생략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며, 좌측 버리기와 우측 버리기라는 두 가지 결과를 만든다.
행서에서는 좌측 버리기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고,
초서에서는 우측 버리기가 지배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초서에서 널리 사용된 우측 버리기 형태는 오랫동안 大 자로 오인되어 해석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는 貝 생략의 결과를 다른 문자로 잘못 치환한 경우에 가깝다.
따라서 貝의 생략 역시 우연한 약식이나 개별 문자만의 특수한 변화가 아니다.
필법 변화 → 연결 → 버리기라는 일반적인 문자 변화 원리가
貝 구조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다음 호에
〈항백 초서원리 4-貝(3)〉가 계속됩니다.

월간추사 제 11호
이달의 작품

[먼 시절의 장면들 — 마차]
75x44 2025. hangbak 한지에 먹 / 탁본
'먼 시절'은 고대문자 속에서 상상해 온,
문자가 되기 이전의 세계를 말한다.
수레에 바퀴를 단 마차는 문명화된 삶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마차〉는 그러한 기억을 하나의 기호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문자도〉가 문자 이후의 관계와 구조를 탐구하는 작업이라면,
〈먼 시절의 장면들〉은 문자 이전의 장면과 기호를 상상하는 작업이다.

월간추사 제 11호
서보 읽기
35. 然 君子立身 務修其本 揚雄謂 詩賦小道 壯夫不爲
況 復溺思豪氂 淪精翰墨者也
그러나 군자는 입신을 위하여 근본을 닦는데 힘 쓴다 하여 양웅(揚雄(BC53~AD18)은 ‘詩를 짓는 것은 작은 일이라 장부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물며 또 생각을 붓 터럭에 빠뜨리고 정신을 한묵에 잠기게 하는 것이겠는가?

36. 夫 潛神對奕 猶標坐隱之名
樂志垂綸 尙體行藏之趣
대저 온 정신을 바둑에 몰두하면서도 ‘앉아서 은거하는 사람(坐隱)’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낚시를 즐기면서도 오히려 ‘세상에 나아가고 물러나는(行藏)’ 뜻을 담는다 하였다. 尙:오기

37. 詎若 功宣禮樂 妙擬神仙
猶挻埴之 网窮 與工鑪而並運
어찌 그 공업은 예악을 드러내고 그 오묘함은 신선에 비길 만하지 않겠는가. 서법 또한 도공이 흙으로 온갖 기물을 끝없이 만들어 내는 것과 같고, 장인이 화로를 가지고 온갖 기물을 만들어 내는 것과도 같다. 挻:오기

38. 好異尙奇之士 翫體勢之多方
窮微測妙之夫 得推移之奧賾
특이한 것을 좋아 하고 기이한 것을 숭상하는 선비는 서체의 다양한 기세를 즐기고,
미세한 것을 탐구하고 기묘함을 헤아리는 사람은 변화의 깊은 이치를 터득할 수 있다.
*奧賾 : 속 오, 깊숙할 색

2026. 07 | 월간추사 제 10호 : 영문초록(Abstract)
Summary of Monthly Chusa Vol. 11
This issue focuses on the judgment and underlying structure of calligraphy.
In "The Record of Judgment," I examine the series of decisions made throughout the creation of a work and introduce the concept of a structure of judgment as a way of understanding Chusa Kim Jeong-hui's calligraphy.
In "Hangbaek's Principles of Cursive Script," I explain how the abbreviation of the 貝 (bei) component developed through three stages: changes in brush technique, new connections, and partial omission.
A special feature reexamines the recent interpretation of the inscription on Orchid Painting of Non-dual Seon (Buliseollando) by consulting primary sources such as the Shuowen Jiezi and the Comprehensive Chinese Dictionary.
In "Words of Chusa," I discuss the concept of Outer Qi (外氣) through Chusa's phrase, "Connecting above and below, interweaving left and right" (接上遞下 錯綜映帶), showing how vitality is created beyond the boundaries of individual characters.
In "Reading the Shupu," I translate and interpret selected passages from Sun Guoting's Shupu from the perspective of the dynamics of brush energy.
The cover work, Scenes from a Distant Time – Chariot, imagines the world before writing emerged. It forms a counterpart to my Character Paintings (Munjado) series, which explores the world after the birth of written characters.

Monthly Chusa
월간추사 2026. 07 | 제 11호
저자,발행 : 항백 박 덕 준 hangbak park
편집 디자인 : 월간추사 편집부 / Art Director 김 나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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